[씨네21 리뷰]
“옷 너머의 패션” <마드모아젤C>
2014-01-01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마드모아젤C>는 패션 스타일리스트 카린 로이펠트가 잡지를 창간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10년간 패션잡지 <보그> 파리판의 편집장으로 일하던 카린 로이펠트는 홀로서기를 시도한다. 다큐멘터리는 그녀가 자신의 이니셜을 딴 패션 잡지 <CR>을 위한 편집회의를 하던 날부터 패션 북을 발간하기까지 6개월간의 이야기를 담는다. 카린은 “매거진을 창간하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이었다”라고 말한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사건은 전 직장, <보그>에서 비롯된다. <보그>는 그녀의 패션지 런칭 소식에 전속 사진작가들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는다. 그런데 이것은 막간 자막과 짧은 인터뷰를 통해 제시될 뿐, 정작 영화에서는 거의 모든 일들이 순탄하기만 하다.

파리와 뉴욕의 패션쇼 모습이나 화보 촬영 장면 등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것을 넘어서지 않는다. 영화는 “옷 너머의 패션”을 추구한다고 말하는 카린을 보여줄 뿐,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보여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영화가 구사하는 편집 효과는 패션계의 어떤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는 성공하지만, 그것이 좋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데 기여하진 않는 것 같다. 이를테면 영화는 같은 상황을 페이드아웃과 페이드인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연결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강조하곤 하는데, 이 효과가 영화 전반에 남용된다. 그 때문에 편집 효과를 하나의 ‘패션’처럼 사용하는 것 아닌가 의심케 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가 만들어낸 패션 편집장의 전형을 깨뜨리는 데는 어느 정도 기여한다. 카린은 무빙워크 위에서 자신을 찍는 제작진에게 “조심하세요”라고 일러줄 정도로 친절하다. 하지만 90여분을 카린의 인간미에만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차라리 이 다큐멘터리를 한편의 메이킹필름으로 보는 편이 적절한 것 같다. 메이킹필름은 대개 그 영화를 만들었거나 본 사람을 대상으로 하니까 말이다. 이 작품은 그녀의 잡지를 보았거나 그녀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만을 초대하려는 것 같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