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묘하게 마음을 울리는 예쁜 영화 <플랜맨>
2014-01-08
글 : 윤혜지

1분1초까지 알람소리에 딱딱 맞춰 살아온 ‘플랜맨’ 정석(정재영)은 그 못지않게 결벽이 심한 지원(차예련)을 짝사랑한다. 정석은 치밀한 계획하에 지원이 일하는 편의점을 찾아가 씩씩하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엉뚱하게도 그 고백을 들은 사람은 소정(한지민)이다. 당황한 정석은 부랴부랴 도망쳐버리고 소정은 정석이 실수로 놓고간 일기장을 줍는다. 인디뮤지션인 소정은 정석의 일기에 쓰인 내용으로 노랫말을 만들어 공연하고, 그 모습을 본 정석은 소정에게 화를 낸다. 사과 대신 소정은 지원과 연결시켜주겠다며 밴드를 하자고 정석을 꼬드기고, 정석은 소정의 제안에 홀랑 넘어가버린다. 엉겁결에 밴드로 뭉치게 된 정석과 소정은 오디션 프로그램에까지 진출하며 사방팔방 얼굴을 알리게 된다.

캐릭터들 각각의 면모가 지나치게 단조롭다. 캐릭터의 수는 많지만 대개 몇 마디만 하고 극에서 퇴장해버린다. 곁가지 캐릭터들을 쳐내고 주요 인물 위주로 서사를 보강했다면 덜 산만해 보였을 것 같다. 동정심을 유발하고자 다소 과하게 연출된 장면도 없지 않다. 극단적인 상황을 택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는데 과한 설정이 오히려 소박한 영화의 분위기를 부담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쓴소리를 슬그머니 접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더 크다. 무엇보다 유브이가 작곡한 삽입곡들은 하나같이 가사도 멜로디도 무척 사랑스럽다. 뛰어난 보컬은 아니지만 한지민의 귀여움이 삽입곡들과 잘 어우러져서 보기에도 듣기에도 좋다. 영화를 다 보고 나오는 길엔 틀림없이 한두곡쯤은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배우의 연기가 영화를 완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플랜맨>에선 정재영의 역할이 크다. <플랜맨>과 비슷한 성격을 띤 정재영의 전작들, <바르게 살자>의 뻣뻣하고 고지식한 정도만 순경, <김씨 표류기>의 생활력 강한 김씨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설정만으로 보자면 정석의 집요함과 편집적인 면이 짜증스럽게 느껴질 법도 한데 정재영이 연기하기 때문인지 정석은 마냥 귀엽고 짠한 인물로 느껴진다. 과하게 극적인 캐릭터임에도 마치 실제로 옆집에 살기라도 하는 듯 생생한 일상성이 있다. 특히 입을 우물거리며 중얼대는 모습이 친근하고 아이처럼 펑펑 우는 모습은 대단히 안쓰럽다. 안경과 함께 항상 정석에게 붙어 있는 네모난 서류가방과 파스텔 톤의 빳빳한 재킷도 캐릭터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귀여운 소품이다. 몇몇 장면만을 제외하면 큰 불편함 없이 예뻐 보이는 영화다. 묘하게 마음을 울리는 구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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