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쇼팽 탄생 200주년 기념 애니메이션 <플라잉 머신 3D>
2014-01-08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조지(헤더 그레이엄)는 아이들과 함께 피아니스트 랑랑(랑랑)의 콘서트를 찾는다. 랑랑의 연주와 함께 무대 위 스크린에는 ‘매직 피아노’라는 3D애니메이션이 상영된다. 쇼팽의 피아노 에튀드 <추억>을 시작으로 일자리를 찾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영국 런던으로 떠난 아빠를 그리워하며 친척집에 홀로 남겨진 소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오래된 피아노가 하늘을 나는 ‘플라잉 머신’으로 변하자 소녀는 사촌과 피아노에 올라 아빠가 있는 런던으로 향한다. 쇼팽의 출생지, 음악가들의 도시 빈, 쇼팽의 무덤이 있는 파리, 그가 말년에 머문 런던까지 쇼팽의 숨결을 따라가는 동안 소녀는 아빠와의 재회를 고대한다. 한껏 이야기가 고조됐을 때 랑랑의 콘서트는 끝이 나고 여기서부터 <플라잉 머신 3D>의 후반부가 시작된다. 랑랑의 피아노 위의 정체 모를 망원경으로 스크린 속 ‘플라잉 머신’을 보게 된 조지는 어느새 아이들, 랑랑과 함께 애니메이션의 세계로 진입한다. 그리고 런던에서 바르샤바로, 전반부의 여정을 역순으로 되짚어가며 잊고 있던 가족간의 꿈과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쇼팽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쇼팽의 나라 폴란드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답게 <플라잉 머신 3D>는 쇼팽을 향한 헌사다. 에튀드가 바뀔 때마다 작품 번호와 이름, 짤막한 곡 설명을 덧붙이는 등 극 전체가 음악가 쇼팽과 쇼팽의 음악에 대한 작은 안내서처럼 보인다. 음악을 극의 소품이나 배경 정도로 쓰지 않고 음악에 맞춰 이야기를 전개시킨 점도 그렇다. 이를테면 에튀드 <승리>에서는 기개 넘치는 선율을 따라 부서져 있던 피아노 조각들이 ‘플라잉 머신’으로 조립돼 하늘로 올라가고, 신경질적인 음의 전개 <밤 여행>은 결핵을 앓던 쇼팽을 연상케 한다. 쇼팽의 음악과 3D 영상의 결합이 대사가 전혀 없는 전반부 애니메이션을 꽉 채우고도 남는다. 실제 인물들이 ‘매직 피아노’의 세계로 들어간 후반부는 전반에 비해 몰입도는 떨어지지만 눈과 귀가 호강하는 감상의 즐거움까지 앗아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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