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넓어지고 다양해진 모험의 무대 <타잔 3D>
2014-01-08
글 : 김보연 (객원기자)

그레이스톡 부부와 아들 제이제이는 7천만년 전 아프리카의 정글에 떨어진 신비의 운석을 찾기 위해 정글로 향한다. 힘든 모험 끝에 이들은 운석을 찾아내지만 바로 그 순간 불의의 사고로 그레이스톡 부부는 세상을 떠나고, 어린 제이제이만이 고릴라의 손에 의해 키워진다. 시간이 흘러 제이제이는 정글의 왕 타잔(켈란 루츠)으로 성장한다. 그런데 신비의 운석을 독차지하려는 악덕 기업가 클레이톤이 총을 앞세워 정글로 향하고, 동시에 제이제이-타잔의 어릴 적 친구인 제인(스펜서 로크)도 환경보호 캠페인을 위해 이곳에 도착한다. 타잔은 악당으로부터 정글을 지키고 잃었던 기억도 찾을 수 있을까.

1914년 원작 소설이 발표된 이래 타잔의 이야기는 수많은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독일의 라인하드 클루스 감독이 연출한 <타잔 3D>는 우주에서 날아온 신비의 운석이란 설정을 가져와 기존 작품들과 차별화를 꾀한다. 야생의 정글뿐 아니라 외계에만 존재하는 환상적인 세계를 지구로 가져와 그곳에서 펼치는 색다른 모험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기다란 촉수를 휘두르는 외계 생물과 타잔의 전투 장면은 이 영화가 지향하는 바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모험의 무대가 넓어지고 다양해졌다고 해서 모험이 저절로 흥미진진해지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장면마다 고릴라, 인간, 외계 생물들을 차례로 등장시켜 타잔과 싸움을 붙인 다음 여기에 제인과의 러브 스토리까지 추가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많은 에피소드들을 한데 묶는 재봉 솜씨가 뛰어나진 않다. 엄마 고릴라도 지키고 악당과도 싸우고 틈틈이 제인과도 노느라 바쁜 타잔이 편집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무대를 옮겨다니기만 하니 드라마와 감정이 차분하게 발 붙일 자리가 없는 것이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제인의 사랑 고백에는 실소가 터져나올 지경이니 감독이 공들여 연출한 정글의 신비한 풍광이 아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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