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탈북여성이 겪는 참혹함 <윤희>
2014-01-08
글 : 정지혜 (객원기자)

탈북여성 윤희(최지연)는 중국에 두고 온 하나뿐인 딸 다솜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열심히 살아간다. 어느 날 윤희는 오토바이를 타고 우유 배달을 하던 중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친다. 병원에 가자는 윤희의 제안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상대는 얼마 뒤 가족들과 함께 나타나 윤희를 뺑소니범으로 고소한다. 알고 보니 장애인을 앞세운 자해공갈범들의 소행이었다. 네티즌 사이에서 이미 뺑소니범으로 기정사실화된 윤희는 고객의 빗발치는 항의에 하는 일마다 해고당한다. 윤희는 급기야 대리모 제안까지 받아들이나 이마저도 돈 한푼 받지 못한 채 배만 불러오는 처지가 된다. 억울한 윤희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법정에 서지만 변호인은 비용에만 신경 쓰고 누구 하나 그녀의 억울함에 귀기울이지 않는다.

자신의 남한 정착금을 모조리 챙긴 브로커에게 일상적으로 협박과 추행을 당하는 윤희와 ‘돈만 밝히는 개념 없는 탈북자’로 그녀를 몰아세우는 남한 사회의 일면까지 <윤희>는 탈북자, 그중에서도 여성이 겪는 참혹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포화처럼 퍼붓는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을 지켜봐야 하는 불편함과 피로감은 있지만 “억울하다”는 윤희의 넋두리와 법정에서의 호소는 지극히 당연해 외면하기 힘들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요지경 속에서 반성하거나 문제를 해결해야 할 사람들은 온데간데없다. 피해자 윤희가 함께 탈북한 명자(황석정)와 법전을 뒤져가며 직접 무죄 증명에 나서고 유일한 목격자인 불법 체류자 여성이 용기를 내 법정 진술을 함으로써 비로소 윤희의 무죄가 확정된다. 결국 <윤희>는 “혼자 싸우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무시당하는 게 어떤 건지”를 뼛속까지 아는 ‘윤희들’이 힘을 모아 가까스로 얻은 진실에 가깝다. 그리고 ‘윤희는 무죄다’ 외에는 윤희의 뱃속 아이도, 세상도 그대로라는 점에서 기쁘기보다 씁쓸한 ‘해피엔딩’에 훨씬 가까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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