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얘처럼 쟤처럼 외로운 너~ 개처럼 소처럼 닭처럼 개나 소나 외로운 너~.” 뮤지가 만든 <플랜맨>의 삽입곡 <플랜맨>의 가사 중 일부다. 뮤지는 <플랜맨>에서 영화음악과 녹음 디렉팅을 맡았을 뿐만 아니라 심사위원 역으로 출연도 한다. 지금까지 만들어온 유브이의 노래처럼 ‘개나 소나 공감할 수 있을’ <플랜맨>의 삽입곡들도 재치 있고 현실감이 넘친다. 평소 그의 이미지처럼 노래도 설렁설렁 뚝딱 만들어낸 줄 알았건만 의외로 지난한 시간이었다고 뮤지는 말했다. 뮤지의 첫 영화음악 작업 비화와 새 출연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뮤지의 개인 작업실을 찾았다.
-영화음악가로 뮤지를 인터뷰하게 될 줄이야.
=나도 <씨네21> 안다. 늘 <씨네21>에서 ‘씨네’는 한글이고, ‘21’은 숫자로 강렬하게 써있던 기억이….
-삽입곡 노랫말이 귀엽더라.
=만약 영화가 좋으면 그건 음악이 좋기 때문일 거다. (웃음) 엉뚱한 컨셉을 원해서 우리에게 연락했다더라. 감독님이 성격이 참 좋으시다. 내가 ‘감독님 짜증난다’고 몇번이나 얘기했는데 조용히 다 받아주셨다.
-편하게 작업한 줄 알았다.
=평소엔 내가 하고 싶은 걸 만들어서 줬는데 이번엔 제안받고 거기 맞춰 만들다보니 힘들더라. 감독님이 원하는 표현이 우선이어야 해서 조절이 필요했다. 싸우고 맞추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곡 완성하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나랑은 잘 안 맞는 것 같아. (웃음)
-녹음 디렉팅도 맡았다. 열심히 보컬 교습을 받은 한지민에게 ‘왜 그랬냐’고 했다던데.
=너무 디테일하게 연습하더라고. (웃음) 지민씨는 무척 걱정하던데 난 별로 걱정을 안 했다. 잘 부를 필요도 없었고, 스스로 알아서 잘하니까 이래라 저래라 말할 것도 없었다. 정재영 형은 진짜 노래를 못한다. 연기할 땐 소름 돋을 정도로 포스가 있던데 녹음실에선 어찌나 떨던지. 형이 조심스럽게 고백하더라. “내가 사실 박자를 잘 못 맞추거든….” (웃음) 부스 안에 같이 들어가 (어깨를 툭툭 치면서) 하나 둘 셋 해드렸다.
-<플랜맨> 출연에 이어 2013년 <SBS 연기대상>에선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패러디했다.
=감독님이 날 만나고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영화에 나와달라고 하시더라. 진짜로 대본을 주기에 했더니 잘한다고 대사도 더 만들어줬다. 사실 음악 작업보다 출연이 더 기억에 남는다. 내 분야가 아닌 것엔 굉장히 자신이 있거든. (웃음) 패러디 드라마를 찍을 때 난 이미 영화인이었기 때문에 촬영도 쉬웠다. (웃음) 농담이고, 추운 세트장에서 셔츠만 입고 딱 30분 촬영했다. 다음날 감기 제대로 걸렸지.
-어떤 영화감독은 유세윤을 모델로 시나리오를 쓴다더라.
=나에게도 언제든 제의만 온다면. (웃음) 나한텐 뭐든 자극이 될 만한 경험이지 않을까. 그런데 대사 외우는 게 너무 어렵다.
-유브이는 개가수(개그맨+가수)라기보다 퍼포먼스 그룹처럼 보인다.
=맞다. 우린 스스로 행위예술을 한다고 생각한다. 퍼포먼스, 쇼를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이다. 세윤이 형이랑 놀다가 만든 곡을 형한테 선물로 줬다. 형이 미니홈피에 올렸는데 반응이 좋아서 ‘친구들끼리 뮤비 하나 찍자’ 하고 시작했다. 앨범 만드는 데 보름 걸렸다.
-작곡가들이 엔터테이너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
=난 내 능력이 안 되는 데까지 욕심내진 않는다. 방송 욕심이 없는 만큼 방송이 부담스럽지도 않다. 사실 큰 섭외도 많이 들어오는데 난 놀러가는 것처럼 할 수 있는 일을 택하려고 한다. 프로그램이 망해도 제작진도, 나도 크게 안 다치는 프로그램이 좋다.
-3월엔 개인 앨범이 나오고, 새로 시작할 Mnet <트로트X>의 진행과 XTM <주먹이 운다-영웅의 탄생>의 멘토 자리도 꿰찼다.
=이종격투기를 좋아해서 이현도 형한테 누가 나 좀 UFC 해설 게스트로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형이 관계자한테 말을 전했는지 섭외가 들어왔다. 마니아층이 있으니 프로그램이 망할 리 없고, 내가 격투 전문가가 아니니 못해도 욕 안 먹겠지. (웃음) 원래는 적당히 하다가 안 되면 말자는 주의였는데 그래도 요즘엔 노래든 방송이든 더 늦기 전에 작정하고 해볼까 생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