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가족영화 더빙에 도전하고 싶다
2014-01-17
글 : 정예찬 (객원기자)
사진 : 오계옥
<저스틴> 더빙감독 김정규

Filmography

<넛잡: 땅콩 도둑들>(2013) <캡틴 하록>(2013) <타잔 3D>(2013) <저스틴>(2013) <세이빙 산타>(2013) <페이머스 파이브: 키린섬의 비밀>(2013)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2012) <새미의 어드벤쳐2>(2012) <프렌즈: 몬스터 섬의 비밀 3D>(2011) <새미의 어드벤쳐>(2010) <아스트로 보이: 아톰의 귀환>(2010)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 외 다수

연말연시, 겨울방학은 애니메이션의 춘추전국시대다. 어린이 관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는 작품은 우리말 녹음이 필수이기에 더빙 스튜디오와 성우들도 덩달아 바빠지는 시기다. 김정규 더빙감독은 “요즘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즐거운 불평을 내비쳤다. 그의 작품 중 현재 두편이 극장에서 상영 중이며 1월 중에는 세편을 연달아 개봉하기 때문이다. 의뢰를 받아 작업하기 때문에 개봉시기를 조정하는 권한은 없으나 “내 자식들끼리 싸우게 만드는 기분이라 아쉬운 마음도 있다”.

김 감독은 더빙 작업에 대해 “외국어로 된 작품을 해체하고 우리말로 재조립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성우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번역 대본만으로는 문화적 배경과 특정 뉘앙스까지 표현할 수는 없는 법. 화면을 보며 입 모양에 맞춰 대사를 녹음하는 기능적인 일과 함께 원작 대사의 의미를 그대로 살리면서 한국식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감정선을 만들어내는 것도 그의 몫이다. “캐릭터의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목소리를 찾아내는 것이 더빙 작업의 시작”이라는 그는 <저스틴>의 미숙하지만 씩씩한 기사로 ‘아기병사’ 박형식을, 네명의 마스터로는 ‘꽃할배’들을 캐스팅해 그들의 이미지를 캐릭터에 녹여냈다. 그렇게 원작에는 없던 또 다른 재미까지 담아낸 한국만의 <저스틴>을 만들어냈다.

그는 1994년 개국한 케이블TV의 어린이 채널에 외화담당 프로듀서로 입사해 애니메이션 더빙을 접하기 시작했다. 이후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로 이직하여 TV애니메이션의 더빙감독으로 활동하며 점차 극장판 애니메이션까지 발을 넓혔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녹음방식은 TV판과 완전히 다르더라. 성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작업하는 게 아니라 트랙별로 따로 녹음하기 때문에 더 많은 기술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당시 더빙 업계에는 영화계와 같은 도제 시스템이 없었기에 그는 결국 독학으로 연구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실력을 쌓았다.

그동안 50편이 넘는 작품을 맡으며 베테랑 더빙감독이 된 그는 이제 후배들을 양성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한층 더 전문적인 더빙의 필요성을 느껴 2007년에 더빙을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까지 설립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더빙 작업은 대부분 방송국에서 맡아왔었는데 “그동안 녹음과 믹싱은 별개의 작업이었다. 직배사도 녹음은 한국에서, 믹싱은 본사에서 진행한다”. 그는 연구해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발판 삼아 녹음과 믹싱을 한 스튜디오 내에서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최종 결과물까지 책임져야 하기에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할리우드에서 슈퍼바이저가 찾아와 그들의 방식을 강요하기도 한다. 더빙 연출자로서 포기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는데, 녹음보다 그들과 주거니받거니 협상하는 과정에서 진이 더 빠지는 것 같다. (웃음)”

그는 첫 작품이었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외에 가장 기억나는 작품으로 독일 실사영화 <페이머스 파이브: 키린섬의 비밀>을 꼽았다. “어린이 관객 시장을 애니메이션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이 즐겨보는 패밀리영화로까지 확장시켜야 한다. 흥행 결과가 좋지 않아 시장이 위축되어 있지만 계속해서 도전하고 싶은 장르다.” 그는 아름다운 우리말 더빙을 통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DVD

김정규 감독의 첫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빙 연출작. “원작이 워낙 좋아 더빙판도 성공적인 결과와 호평을 얻었으나 만든 사람으로서는 볼 때마다 손발이 오글거릴 정도로 창피하다.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며 초심을 회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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