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평범한 보통 남자의 허망한 죽음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
2014-01-15
글 : 장영엽 (편집장)

2009년 1월1일 새벽,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살던 한 흑인 청년이 세상을 떠났다. 그의 이름은 오스카 그랜트. 나이는 스물두살이었다. 오스카 그랜트의 죽음은 허망했다. 그는 도심에서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지인들과 고속통근열차를 탔다. 열차는 프루트베일역에 정차했는데, 오스카는 그 역에서 순찰을 돌던 백인 경찰관에게 강제로 제압당한 뒤 전기총 대신 실탄을 발포한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이 사건을 토대로 만든 극영화다. 이 작품으로 데뷔한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고인의 가족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 열차에서 사건을 목격했던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한해의 마지막 날에서 새해로 넘어가는 새벽, 도대체 오스카 그랜트(마이클 B. 조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를 사실적인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미국 내 여전히 만연한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손꼽히는 이 사건을 소재로 삼은 영화의 목적지는 정해져 있다. 부주의하고 오만한 경찰관에 의한 오스카 그랜트의 죽음이다. 그러나 감독 라이언 쿠글러는 오스카의 비극적인 죽음을 섣불리 동정하거나 감상에 젖지 않은 채, 거리를 두고 그의 마지막 하루를 공들여 재구성한다. 열차가 프루트베일역에 정차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장면에서 우리가 목도하게 되는 건 다소 철이 없고 미래도 보이지 않지만 가족들에게만큼은 다정다감한 청년 오스카 그랜트의 일상이다. 말하자면 이 영화가 보여주고 싶은 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인생이 고단할 뿐인, 평범한 보통 남자의 어떤 하루다. 그런데 그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갑작스러운 폭력에 의해 단절될 때, 이 영화의 울림도 커지는 것 같다. 이러한 폭력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며 그 대상이 바로 당신일 수도 있다는 서늘한 메시지를,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는 인생의 마지막 날인 줄도 모른 채 거리로 나선 남자의 하루를 통해 에둘러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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