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키스 한번 못해본 33살 노처녀 <한번도 안해본 여자>
2014-01-15
글 : 김성훈

섹스는커녕 키스 한번 제대로 못해 본 여자. 권말희(황우슬혜)는 33살 노처녀다. 그 나이 되도록 옆구리에 남자 하나 못 찬 것에 대해 그도 할 말은 있다. 외박은 물론이고 외출 옷차림조차 허락을 받아야 할 정도로 엄격한 아버지 때문이다. 그토록 보수적인 아버지가 젊은 여성과 섹스를 하던 중 심장마비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말희는 아버지의 죽음에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아버지와의 어떤 인연(?)을 가진 누드 화가 세영(사희)이 말희의 집에 얹혀살게 된다. 낮에는 미술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밤에는 개인 전시회를 준비하는 세영은 남자 여럿 홀리고도 남을 외모와 몸매의 소유자. 이 남자, 저 남자 자유롭게 오기며 연애하는 세영을 보면서 말희는 남자에 눈을 뜨기로 결심한다. 세명은 말희에게 남자에 대해 알려준다.

영화의 보도자료를 보니 말희를 브리짓 존스에 비유한다. 푸석푸석한 얼굴과 남자 꼬이기 어려운 패션만 놓고 보면 말희와 브리짓 존스, 두 여자는 닮은 구석이 있긴 하다. 하지만 수시로 연애를 갈구하고, 기회가 되면 남자와의 ‘섬싱’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용감하고 솔직한 브리짓 존스와 달리 말희는 너무나 소극적이다. 남자와의 만남을 통해 성과 사랑을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남자 경험이 많은 세영이 일러주는 대로 따라할 뿐이다. 그러니 말희가 남자친구 상우(김진우)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소동이 이 로맨틱 코미디영화에는 없다. 그저 세영의 코치를 그대로 재연하는 데 그친다. 어떻게 하면 세영과 잘 수 있을까 고민하는 스토커(김종석), 맥락 없이 수시로 등장하는 ‘훈남’ 경찰 같은 억지 설정의 캐릭터가 극을 더욱 산만하게 어지럽히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한번도 안해본 여자>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를 붙이기도 민망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저스트 프렌즈>(2012)를 연출한 안철호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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