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좀비라는 제목에서 <웜바디스>의 꽃미남 좀비에 대항하는 미녀 좀비를 기대할 수도 있겠다. 물론 그라비아 아이돌 출신의 고마쓰 아야카는 이를 능히 해냈겠지만, 감독은 그녀에게 오직 바닥 닦는 일만 시킨다. 사부 감독이 5회차 촬영 만에 완성한 저예산영화다. 사부는 좀비물이 줄 수 있는 장르적 쾌감을 포기하고 인간과 비슷한 좀비를 통해 자신의 철학을 전개하는 데 집중한다. 흑백 화면의 독특한 미감은 전반적인 영화의 공간을 시대를 짐작할 수 없는 외딴 공간처럼 보이게 만든다.
테라모토(데즈카 도루) 집안에 좀비 사라(고마쓰 아야카)가 배달된다. 그녀는 좀비 중에서도 레벨이 낮은, 인간에 가까운 좀비다. 테라모토에게 사라를 맡긴 정체 모를 친구는 주의사항과 함께 만일을 대비해 권총을 동봉한다. 아내 시즈코(도가시 마코토)는 사라에게 바닥 닦는 일을 시키며 하녀처럼 부린다. 사라는 앞마당에 바짝 엎드려 솔로 바닥 닦는 일을 계속한다. 그러던 어느 날 테라모토의 아들 겐이치가 우물에 빠져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시즈코는 사라에게 아들을 좀비로 만들어서라도 살려달라고 요구한다.
한편의 연극을 촬영한 실험영화를 보는 것 같다. 등장인물과 공간이 테라모토 집안과 그곳을 둘러싼 인물들로 한정되어 있는 데다, 대사가 거의 없는 탓인지 몇몇 인물들의 연기가 과장되어 있다. 인물들의 대사가 최소화된 데 비해 카메라의 움직임은 과도하다. 느리게 움직이지만 조금씩 흔들리는 핸드헬드 카메라는 관음증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하지만 이것이 반복되다 보니 갈수록 느슨하고 산만해진다. 전반부 좀비를 둘러싼 남자들의 시선을 통해 인간을 풍자하던 영화는 중반 이후부터는 모성에 집중한다. 문제는 이 두 가지 이야기가 잘 섞여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좀비물을 넘어선 좀비물을 만들고자 했던 사부 감독의 야심은 공포물과 풍자물, 멜로드라마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위치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