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판 ‘로미오와 줄리엣’ <람-릴라>가 발리우드 연말연시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산자이 릴라 반살리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란비르 싱(람 역)과 디피카 파두콘(릴라 역)이 주연한 <람-릴라>는 논란의 중심에서 흥행의 중심으로, 그 동력의 중심축을 빠르게 이동하며 역대 발리우드 흥행작들이 세운 기록들을 추월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화제가 되는 이유는 단지 좋은 흥행 성적과 새로운 기록들 때문만은 아니다. 개봉 전부터 <람-릴라>는 상영 반대시위가 열리는 등 분분한 여론에 휩싸였다. 무엇이 그러한 논란을 불러왔을까.
인도 유력 언론인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이 영화가 성애와 폭력성을 묘사하며 힌두교 정서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 일년 반 사이 이와 유사한 로맨스영화는 세편에 이르고, 많은 발리우드영화들이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독 이 작품이 논란의 중심이 된 이유는 조금 다르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원래 <람-릴라>는 라마의 연극이라는 뜻으로 인도 대서사시 <라마야나>에 묘사된 일부분이다. 즉, 힌두교에서 가장 널리 사랑받는 신 비슈누의 일곱 번째 화신 라마의 이야기다. 사실 이는 동명의 영화 <람-릴라>와는 내용상으로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결국 신성한 신의 이름을 사랑과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의 제목으로 도용했다는 점이 신성모독의 논란을 증폭시킨 셈이다. 종교적인 민감성을 이유로 법원의 시정 조치가 있었음에도 검열을 통과하면서 그 논란이 가중되었고, 델리의 경우 개봉 48시간을 앞두고 영화 제목을 <람-릴라>에서 <고리온 키 라스릴라 람-릴라>로 변경한 뒤에야 상영 허가가 나오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시위가 언제 폭동으로 변질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개봉 당일 경찰이 동원되고 상영 시간이 연기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편 종교극의 제목을 영화의 제목과 묘하게 매칭시킨 부분은 대중의 관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또한 이러한 논란이 흥행의 기폭제 역할을 했음은 분명하다. 노이즈 마케팅 여부를 떠나 발리우드도 불가침의 영역을 침범하는 자극성을 이용할 줄 알게 된 듯하다. 종교의 나라 인도에서 신을 모독하며 사랑받은 영화. 누군가의 말처럼 발칙하고 영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