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할머니 오말순(나문희)은 입에 욕을 달고 다니며 남 타박하는 게 몸에 뱄다. 하나뿐인 아들 현철(성동일)을 대학교수로 키웠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남들한테 아들 자랑하는 게 그의 유일한 낙이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우리 아들은”으로 시작되는 말을 즐겨한다. 어느 날 며느리 애자(황정민)가 살림살이에 대한 시어머니 말순의 참견과 잔소리를 참지 못하고 화병에 걸려 쓰러진다. 그리고 남편에게 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보낼 것을 제안한다. 이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은 말순은 집을 나간다. 뒤숭숭한 마음을 달래며 밤길을 방황하던 말순은 청춘사진관에 이끌려 들어간다. 그곳에서 오랜만에 화장을 하고 영정사진을 찍는다. 사진관에서 나온 말순은 버스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란다. 주름으로 가득했던 쭈글쭈글한 몸이 탱탱한 스무살의 몸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오말순은 이름을 오드리 헵번에서 딴 오두리로 바꾼 뒤 스무살의 인생을 즐기기로 결심한다.
칠순 할머니가 스무살의 몸으로 되돌아간다는 설정은 누가 봐도 황당하고 납득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이 설정을 무난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 나문희로부터 오말순이라는 배턴을 넘겨받은 심은경의 능숙한 연기 덕분일 것이다. 이제 겨우 스물한살인 심은경은 전라도 사투리, 걸음걸이, 표정, 제스처 등 오말순을 연기한 나문희의 외양을 천연덕스럽게 복사해 펼친다. 그의 연기를 지켜보는 재미가 충분히 있고, 코미디영화로서 웃음이 발생하는 것도 그 지점이다. 그리고 성동일, 박인환, 김현숙, 이진욱, 황정민 등 연기력을 갖춘 조연진이 심은경을 탄탄하게 받친다.
영화는 젊은 몸으로 되돌아간 오두리의 좌충우돌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두리가 손자 반지하(진영)가 이끄는 밴드에 보컬로 들어가 젊은 시절 꿈이었던 가수가 되고, 자신을 예뻐하는 방송국 훈남 PD(이진욱)와 사랑에 빠지는 등 잊고 살았던 청춘을 즐긴다. 그것은 이른 나이에 남편과 사별한 뒤 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아들을 키우는 데 희생했던 오두리의 과거와 대비되면서 흘러간 청춘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내비친다. 그 점에서 아쉬움도 있다. 오두리가 자신에게 우연히 찾아온 젊음을 좀더 즐겼더라면 어땠을까. 아들의 집 근처를 수시로 기웃거리는 대신 방송국 PD와 과감한 사랑을 나눴더라면 이야기가 훨씬 더 시원했을 것 같다. 또 가족관계와 멜로 신, 공연 시퀀스 모두 다루려다보니 이야기의 중반 이후부터는 약간 산만하고 지루하다. <수상한 그녀>는 데뷔작 <마이파더>를 통해 핏줄로 이어진 가족을 다시 생각하게 했고, <도가니>를 통해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킨 황동혁 감독의 신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