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마피아 가족의 근질거리는 본능 <위험한 패밀리>
2014-01-22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을 경찰에 밀고한 마피아 보스 프레드(로버트 드 니로)는 가족과 함께 쫓기는 신세다. 프레드 가족은 증인보호제도에 따라, CIA 요원 스탠스필드(토미 리 존스)의 도움으로 프랑스의 한 시골 마을에 잠입한다. 프레드는 작가로 위장해 매일 총을 쏘는 대신 타자기를 두드리며 지난 시간을 들여다본다. 아내 매기(미셸 파이퍼)는 성당에서, 딸 벨(다이애나 애그론)과 아들 워렌(존 드리오)은 학교에서 각각 파괴욕을 다스린다. 그러나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기면서 가족의 본능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초호화 캐스팅이다. 원래 각본 작업에만 참여할 계획이었던 뤽 베송은 로버트 드 니로, 미셸 파이퍼, 토미 리 존스 등의 출연으로 캐스팅에 무게감이 실리면서 감독으로 나섰다. <비열한 거리> <좋은 친구들> 등 다수의 작품을 함께해온 로버트 드 니로와 마틴 스코시즈는 이번 작품에서 배우와 제작자로 만났다. 전직 마피아 보스가 평범한 글쟁이로 위장한 영화의 내용처럼, 초호화 배우와 제작진 군단은 이 영화에서 마치 위장한 마피아처럼 군다.

코미디영화로서 <위험한 패밀리>는 빵빵 터뜨리는 맛은 없지만 키득거리게 하는 맛은 있다. 우려했던 억지 코미디나 집착적인 웃음에 빠지지 않고 상황으로 유머를 만들어내는 여유를 부린다. 마피아 가족이 싸워야 할 대상은 거대 조직의 적이나 배신자가 아니라 사소하지만, 자꾸 신경을 건드리는 이웃이다. 가족은 근질거리는 본능을 그들 딴에는 소소하게, 실제로는 과격하게 풀어낸다. 반면 기대를 모았던 액션에서는 임팩트가 떨어진다. 정작 액션이 터질 때의 쾌감은 마피아 조직이 가족을 향해 서서히 조여들어올 때의 긴장감만 못하다. 영화의 빈 곳을 채우는 것은 배우들의 존재감이다. 끊임없이 신분을 바꾸면서 살아야 하는 마피아 조직과 배우의 삶이 슬쩍 겹쳐 보이면서 어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순간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위험한 패밀리>는 뤽 베송의 영화이기보다는 배우들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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