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알츠하이머’에 대한 원초적 두려움 <기억속에 퍼즐>
2014-01-22
글 : 김지미 (영화평론가)

자신의 기억을 신뢰할 수 없다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다. 가벼운 건망증이나 자기편의적인 기억 왜곡이야 누구든 겪는 일이지만 “내가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 하는 수준이면 삶 전체가 혼란스러워진다. 연약한 육체를 지니고 태어났지만 이성을 가진 존재라서 특별한, 인간이기에 더욱 그렇다. 주로 ‘알츠하이머’를 다룬 영화들은 <아무르>나 <어웨이 프롬 허>처럼 인간의 존엄성이나 삶의 가치에 대해 매우 윤리적이고 감동적으로 접근해왔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병에 대한 원초적 두려움을 스릴러와 결합시킨다.

알츠하이머로 판명받고 요양원에 수용된 프랭크(레이 윈스턴)의 기억은 뒤죽박죽이다. 어느 날 한 사내가 아들 제임스(짐 스터지스)라며 찾아와 그를 자기집으로 데려가겠다고 한다. 요양원 생활이 지긋지긋했던 그는 제임스와 함께 그곳을 탈출한다. 하지만 불쑥불쑥 분노에 차 발작을 일으키는 프랭크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프랭크는 아내 캐시를 그리워하며 다른 이들을 계속 그녀로 착각하고, 현재의 아들이 아닌 어린 시절의 아들만 기억하고 있는 탓에 틈틈이 제임스를 구타하기도 한다. 게다가 제임스라는 이름으로 프랭크를 이끌던 청년은 스튜어트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누군가에게 계속되는 협박전화를 받고 있다. 도대체 어디서 어디까지가 사실이며 누구를 믿어야 하는 것일까?

고령화 사회의 핫이슈인 ‘알츠하이머’를 스릴러와 연결시킨 의도는 흥미롭지만 연출력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서사의 얼개는 간단한데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다소 지루하고 감상적이다. 중반 이후 스튜어트의 심리 전환은 상당히 당황스러울 만큼 프랭크라는 캐릭터의 매력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것도 문제다. 특히 딜레마에 빠진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이 영화가 선택한 결말은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쫓으려다 느닷없이 지붕을 쳐다보고 앉게 된 느낌마저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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