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미술사박물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요한(바비 조머)은 자신의 직업을 적당히 즐기는 훌륭한 관찰자이다. 늘 보아왔던 그림 속에서 새로운 디테일을 찾아내거나, 관람객의 얼굴을 통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그의 소일거리다. 특히 피터르 브뤼헐의 작품이 그에게는 가장 소중하다. 브뤼헐의 그림은 빈미술사박물관이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으며, 디테일이 풍성해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장점을 지녔다. 어느 날 요한은 미술관에서 유독 긴 시간을 보내는 외국인 방문객을 발견한다. 앤(메리 마거릿 오하라)이란 이름의 이 캐나다인 여성은 몇년간 왕래가 없던 사촌이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고 이곳을 방문했다.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를 돌보는 중년의 여성과 퇴직 뒤 느긋하게 박물관 일을 하는 남성의 만남은 뜻밖의 관점을 제시해준다. 그들의 시점에서 박물관은 사람들의 삶을 탐구하는 신비로운 교차로로 바뀌고, 빈이란 도시는 작품의 세계를 반영하는 신비로운 화판이 된다. 둘의 우정을 통해, 영화는 미술품과 일상적 풍경을 교차시키며 우리의 삶을 이야기한다.
<뮤지엄 아워스>는 픽션과 실제가 섞이는 세미다큐멘터리의 형식을 취한다. 다큐멘터리적 경험에서 강점을 지녔지만, 시적인 리듬감에도 많은 할애를 하는 영화이다. 브뤼헐을 중심으로 렘브란트와 루벤스, 아르침볼도 등의 다양한 거장을 보여주며, 마치 미술관을 방문한 것처럼 여유롭게 그림을 볼 수 있게 만든다. 그렇지만 뮤지엄을 주요 테마로 삼은 영화는 아니다. ‘시선’을 재구성한 일종의 실험영화로서, 극은 주인공들의 관계조차 미니멀한 요소로만 제시할 뿐이다. 때문에 나름대로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하다. 익명의 지도를 따라서, 관객은 미술관과 우리의 삶을 병렬 배치시킨다. 느리고 부진한 감은 있지만, 이 박물관 산책은 꽤나 달콤하다. 수많은 단편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온 젬 코헨 감독의 일곱 번째 장편영화이며, 2012년 로카르노영화제를 시작으로 수많은 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