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두기봉과 유덕화의 만남 <블라인드 디텍티브>
2014-01-22
글 : 김보연 (객원기자)

최고의 경찰이었지만 수사 중 사고로 시력을 잃은 존스턴(유덕화)은 현재 현상금을 노리는 탐정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건 당시의 상황을 특유의 상상력으로 그려내는 능력으로 순조롭게 범인을 검거하던 존스턴은 의욕 넘치는 경찰 허쟈단(정수문)과 함께 새로운 사건의 조사에 착수한다. 바로 감쪽같이 사라진 소녀 샤오민을 찾는 것. 이 사건이 다른 연쇄실종사건과 연관이 있음을 밝혀낸 두 사람은 존스턴이 찾아낸 또 다른 의문의 살인사건과 함께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건에 몰두하면 앞뒤를 가리지 않는 존스턴의 괴팍한 성격도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흑사회>나 <매드 디텍티브>의 두기봉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블라인드 디텍티브>를 보고 약간 당혹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특징은 한마디로 산만함인데, 비교적 이 영화와 비슷한 코드를 가진 <암전2>나 <절대초인>보다 더 황당한 상황 전개와 쉽게 따라 웃기 힘든 유머감각을 선보인다. 다시 말해 <블라인드 디텍티브>는 두기봉의 코미디영화와 연관을 찾는게 더 쉬운 영화로 범행 당시의 상황에 몰입해 범인을 추리하는 존스턴은 일관적으로 과장된 행동을 선보이고, 허쟈단 역시 이에 질세라 화려한 몸개그를 선보이며 거의 모든 장면을 희화화한다.

단순히 두기봉의 개그 취향이 독특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의 진짜 문제는 그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개그 신 때문에 몰입 자체가 힘들다는 것이다. 존스턴이 환상 속에서 보는 장면처럼 인상적인 순간이 등장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때마다 감독은 곧바로 한껏 과장된 개그 연기를 집어넣으며 흐름을 끊어버리고 만다. 두기봉의 범죄영화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우아한 카메라워크나 창조적인 미장센, 개성 있는 액션 신 등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결국 남는 건 유덕화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와 코믹 분장까지 시도한 정수문의 눈물겨운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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