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sh on]
[flash on] 그래도 행복한 순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2014-01-23
글 : 김성훈
사진 : 최성열
<만찬> 김동현 감독

<만찬>의 가족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다. 아내와 단둘이 살아가고 있는 장남 인철(정의갑)은 갑작스럽게 실직했다. 남편과 이혼한 뒤 자폐증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는 딸 경진(이은주)은 지병인 심장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그리고 막내아들 인호(전광진)는 취업을 하지 못한 채 대리운전 일을 한다. 어느 날, 막내 인호에게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 가족의 균열이 드러난다. 전작 <처음 만난 사람들>(2007) 이후 거의 6년 만에 내놓은 김동현 감독의 신작 <만찬>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이다.

-오랜만의 신작이다. 개봉을 앞두고 부담스럽진 않나.
=나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개봉 전날 떨린다거나 그런 건 없다. 영화를 만드는 작업은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내놓아도 어제 만들었던 작업 같다.

-<만찬>의 가족 구성원들은 위기에 처했다. 장남은 실직 문제, 딸은 싱글맘, 막내는 청년실업문제를 겪고 있다.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를 각각 안고 살아가는 셈이다.
=명예퇴직, 청년실업, 노후, 이혼 등 이 사회문제들은 대한민국 중년 남자가 매일 보는 풍경이다. 일반적인 문제인데 어느 하나 해결되는 것이 없다. 이런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그런 사회문제들은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불안감이 든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영화 속 가족을 비롯해 사회 구성원들이 겪는 불안감은 우리 모두가 느끼고 있는 일반적인 문제들이다.

-정의갑, 전광진, 이은주 등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럽다. 캐스팅을 하거나 오디션을 볼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한 건 무엇인가.
=일단 어느 정도 연기를 완숙하게 할 수 있는 연기자가 필요했다. 이들이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 닮은 구석이 있어야 이야기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만찬>의 장르가 가족 드라마다. TV를 틀면 매일 볼 수 있는 게 가족 드라마잖나. 그래서 TV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기가 아닌 절제된 연기를 요구했다. 울고 화내는 장면이 이 영화에도 있는데 배우들의 감정이 뻗어나가는 것을 조절해야 했다.

-원래 제목은 <엄마의 햄버거>였다고 들었다.
=시나리오에는 만찬 장면이 없었다. 촬영 직전 장남 인철의 감정을 따라 이야기를 다시 살펴봤다. 영화 속 가족에게 행복한 순간이 필요할 것 같더라. 그래서 만찬 장면을 만들었다. 그리고 촬영이 끝난 뒤 편집할 때 만찬 장면이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라는 생각이 들어 제목을 <만찬>으로 바꿨다.

-가족들이 식사 자리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만찬 장면은 인상적이다.
=그 만찬 장면은 원래 8분 가까이 이어지는 롱테이크 장면이다. 밤새 16테이크나 찍었다. 편집하는 과정에서 너무 길어서 잘라야 했다. 상견례하는 이야기도 잘렸고. 개봉 버전에서 그 장면은 4분이 안 넘을 거다.

-가족이라는 존재가 이야기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만찬>은 전작 <상어>(2005)나 <처음 만난 사람들>과 다른 것 같다.
=<상어> <처음 만난 사람들> 등 전작들이 로드 무비이기 때문에 <만찬>과 스타일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전작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만찬> 속 가족이나 모두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편하게 살지 못하고 있다. 더욱 풍족한 세계 속으로 가려고 하는 것도 이 사람들의 생존 본능인 거다. 자본주의의 가장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상어> <처음 만난 사람들> <만찬> 세편은 공통적이다. 전작에서 가족과 떨어져 사는 사람들이 다시 가족을 만난다고 가정해보자. 가족과 함께 살게 됐는데 가족이 안녕하지 못하다면 그건 <만찬> 속 가족과 다를 바 없다.

-차기작 계획이 궁금하다.
=하고 싶은 게 있긴 한데 아직은 뭐가 될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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