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어린이용 케이퍼무비’ <넛잡: 땅콩 도둑들>
2014-01-29
글 : 이화정

<넛잡: 땅콩 도둑들>은 말썽쟁이 다람쥐 설리가 실수로 숲속 동물들의 공동 식량 창고를 불태운 뒤, 식량을 구하기 위해 뉴욕의 한 땅콩가게 창고를 터는 이야기다. 설리와 함께 숲속 동물들까지 이 모험에 가세했다. 물론 손쉬울 리 없다. 알고 보니 땅콩가게는 은행털이 갱단이 한탕을 꿈꾸며 작전을 준비 중인 무시무시한 범죄 소굴이다. 덕분에 겨울을 나기 위해 땅콩을 가져가야 하는 동물들과 이들 때문에 작전이 지연되는 갱단의 피할 수 없는 대치가 시작된다.

<넛잡: 땅콩 도둑들>의 배경은 1950년대 후반 뉴욕이다. 갱단의 등장, 한탕을 위해 펼치는 치밀한 모의, 스토리의 뼈대는 영락없이 갱스터, 범죄물의 서브장르인 ‘케이퍼무비’ 그대로다. 제목의 ‘넛잡’도 범죄 액션극 <이탈리안 잡>의 앙증맞은 변용쯤으로 보이니 ‘어린이용 케이퍼무비’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동물들 때문에 곤욕을 겪는 범인들의 좌충우돌이 코믹 요소이자 관전 포인트다. 주인공 설리는 정의감이 넘치는 일반적 영웅의 모습에서 벗어난 반항적인 아웃사이더다. 이기적인 설리가 땅콩가게 사건을 통해 숲속 동물들과 유대감을 회복하는 과정에 교훈적인 메시지가 무리 없이 첨가된다.

<넛잡: 땅콩 도둑들>은 최근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의 추세인 3D애니메이션에서 벗어나 2D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 제작비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평균(8천만달러)의 절반 정도 4200만달러에 불과하다. 자칫 볼거리가 부족하지 않을까 싶지만 1950년대 뉴욕의 클래식한 풍경을 재연한 장면이나 동물들이 갱단과 펼치는 경쾌한 액션, 자연스러운 털의 움직임 등 표현이 정교하고 풍부하다. 국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레드로버가 글로벌 프로젝트 개발을 목표로 캐나다의 툰박스 엔터테인먼트와 합작한 작품. 앞서 개봉한 북미에서는 박스오피스 2위까지 오르며 성과를 올리고 있다. 애니메이션 합작의 포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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