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프로즌 그라운드>는 연쇄살인범과 그를 쫓는 형사의 이야기다. 퇴직을 2주 앞둔 베테랑 형사 잭(니콜라스 케이지)은 인적이 드문 숲에서 우연히 발견된 여성 시신에 관한 수사를 맡게 된다. 얼음 속에 묻혀 있던 시신은 곰에게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으며 옆에는 탄피까지 있었다. 잭은 사건을 수사하면서 그 지역에서 발생한 과거 미제사건들과 관련이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잭은 베이커리 주인 로버트 한센(존 쿠색)이 범인이라고 직감한다. 젊은 여성을 유인하여 강간하고 숲에서 사냥하는 방식으로 살해하는 수법이 모두 비슷했다. 10대 소녀 신디 폴슨(바네사 허진스)이 로버트에게 납치당했다 극적으로 탈출하는 일도 발생하지만 그는 범행을 완강히 부인한다. 치밀하고 교활한 로버트는 증거를 완벽하게 은닉한 채 경찰에서는 매춘에 대한 혐의만 시인한다.
<프로즌 그라운드>는 연쇄살인이라는 소재를 취하고 있지만 의외로 잔인한 장면이 별로 없다. 1971년부터 1983년까지 알래스카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재구성하는 데 공을 들인다. 엽기적인 연쇄살인 행각을 치밀하게 묘사하거나, 범인을 쫓는 형사의 인간적인 고뇌를 특별히 부각하지 않는다. 다소 건조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 영화는 충분히 자극적인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범행 과정을 지나치게 상술하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폐쇄적인 지역사회는 평범한 얼굴로 위장한 잔혹한 범인에게 최적의 은신처가 된다. 더불어 꽁꽁 얼어붙은 알래스카 산림지역은 시신을 매립하기에 딱 좋은 장소를 제공한다. 이런 환경에서 잭은 법적 절차에 따라 연쇄살인의 증거를 찾아야 하고 증인도 보호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프로즌 그라운드>는 연쇄살인범의 뻔뻔한 얼굴과 베테랑 형사의 상식적인 분노를 차분히 대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