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LA] 돌을 던질까 말까
2014-02-11
글 : 안현진 (LA 통신원)
한달 남은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 두편 윤리성 논란
<블루 재스민>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윤리성은 영화의 성취를 축하하는 데 있어서 얼마나 중요할까? 한달 뒤로다가온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작 두편을 두고 윤리성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첫 번째 영화는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등 세 부문에 후보로 지명된 우디 앨런 감독의 <블루 재스민>이다. 최근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자신의 블로그에우디 앨런과 미아 패로가 함께 입양했던 딸 딜런 패로가 투고한 서신을 공개했다. 어린 시절 우디 앨런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내용을 담은 이 서신은, 지난 2월1일 블로그에 공개된 지 2일 만에 3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는 등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학대의 구체적인 장소와 방법까지 생생하게 묘사한 딜런 패로는 할리우드 영화계의 무관심이 자신의 처지를 더욱 악화시킨 제2의 가해자라고 비난했다. 패로는 할리우드가 우디 앨런을 거장이라고 추앙할수록 자신과 같은 피해자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뿐이라며, 영화계 관계자들에게 <블루 재스민>에 냉담한 무관심을 보낼 것을 제안했다.

아카데미와 관련하여 영화인의 윤리성이 도마에 오른 사건은 더 있다. 지난 1월29일 아카데미는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영화 <얼론 옛 낫 얼론>의 후보 지명을 철회했다. 아카데미가 밝힌 철회 이유는 이 작품의 영화음악 작곡가인 브루스 브루튼이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자신의 영화를 지지해달라고 이메일로 홍보했기 때문이다. 이에 영화제작자 제랄드 R. 몰렌(<쉰들러 리스트> <쥬라기 공원>)은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영화협회(MPAA) 회장 셰릴 분 아이작에게 서신을 보내 분노를 표현했다. <할리우드 리포터>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몰렌은 이런 엄격한 규정을 적용한다면 지금까지 받은 트로피를 반환해야 할 수상자가 한둘이 아니라고 썼으며, 이번 철회가 <얼론 옛 낫 얼론>과 같은 종교영화에 대한 아카데미의 편협한 시선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한 주 뒤면 6천명가량의 아카데미 회원들이 각자의 선택을 담은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 영화를 평가할 때 영화를 둘러싼 사회/도덕적 상황을 고려해야 할지에 대해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겠지만, 이 두 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아카데미 회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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