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노란 얼굴의 미니피겨 에밋은 세계를 구원할 ‘스페셜’ 마스터빌더로 오인받아 얼떨결에 사악한 악당인 로드 비즈니스에 맞서 싸우게 된다. 마스터빌더란 창의적 아이디어로 무엇이든 조립할 수 있는 능력자를 말한다. 일단 여기까지만 알면 끝이다. 이후엔 롤러코스터를 즐기듯 쾌속 질주하는 영화의 리듬에 몸을 실으면 된다. 우주선은 잠수함이 되고, 트럭은 건물이 된다. 거대한 도시와 광활한 서부 등 만들 수 없는 것이 없고 갈 수 없는 곳이 없다.
설명서를 보고 모든 것을 조리 있고 통일감 있게 제작하는 자들과 마음대로 창의력을 발휘하여 요상스런 물건을 만드는 자들. <레고 무비>는 이 두 세력간의 투쟁을 다룬다. 질서와 규칙을 중시하는 독재자 로드 비즈니스에 맞서 가장 평범한 에밋이 세상을 바꾼다는 설정은, 괴상하고 조잡해 보이는 아이디어들이 만들어가는 레고의 창의적 세계관과 맞닿아 있다. 매뉴얼을 따르는 법칙이나 천재적 영감보다 엉뚱하고 쓸데없어 보이는 상상력이야말로 레고월드를 그토록 오래 지탱해준 힘이 된 것이다. 할리우드 메인스트림에서 제작된 최초의 레지스탕스영화라든가 전복적 상상력을 보여준다든가 하는 시끌벅적한 미국 내 리뷰들이 쏟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화는 실제 레고 블록을 활용한 스톱모션에 CG를 결합한 방식으로 제작됐다. 등장하는 모든 장면, 심지어 물방울이나 파도, 화염과 레이저 광선까지 모두 실재하는 레고 피스들을 활용했다. 배트맨, 인어공주, C-3PO, 간달프, 덤블도어, 샤킬 오닐 등 등장하는 다채로운 캐릭터 역시 레고 시리즈에 등장하는 미니피겨들이다. <레고 무비>는 아동용 케이블 채널에서 끊임없이 방출되는 노골적 광고영상에 가까운 <닌자고>나 <키마의 전설>, 유튜브에 올라오는 놀랍도록 창의적이며 때때로 병맛인 레고 동영상, 이 둘의 중간쯤에 놓인 듯하다. 쿨한 상상력, 공정한 세계관, 공감 가는 주제 등 고전이 될 요소를 두루 갖춘 한편, 모든 블록의 돌출부에 작은 레고 로고가 새겨진, 자세히 보면 가장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광고처럼 보이기도 한다. <레고 무비>는 최초의 극장용 장편 레고영화다. 유년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던 <토이 스토리>의 뒤를 잇는 한편, 모든 것으로 조립 내지 변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트랜스포머>의 앙증맞은 미니어처 번안물 같다. 블록을 쌓고 놀던 세대는 물론이고, 이 시대 키덜트들의 열광까지 쓸어모을, 야무진 영화다. <레고무비>는 끝까지 아찔하게 달린다. 시끌벅적하고 명랑한 데다 똘똘하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