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탈북과 신앙 <신이 보낸 사람>
2014-02-12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최근 몇년 동안 탈북자, 간첩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거나 분단에 대해 고민하는 작품들이 다수 쏟아져 나왔다. 북한은 이제 더이상 금기시되는 소재가 아니고 분단 상황은 무거운 짐이 아니라 영화적 설정을 위해 가벼운 터치로 활용되기도 한다. 수년 동안 탈북 경로에 대한 소식들이 전해졌고, 방송에 출연한 탈북자들의 체험담도 흔하게 접하는 게 현실이다.

지금까지 개봉한 <크로싱> <국경의 남쪽> <무산일기> 등에서 분단 문제에 접근하는 시각이나 주인공이 처한 상황은 다르다. 하지만 탈북이나 탈북자가 한국영화에서 중요한 소재로 부상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탈북자 인터뷰, 현지 촬영 영상 등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의 인권문제를 다룬 <신이 보낸 사람>은 어떤 의미를 갖는 영화일까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북한 주민들의 생활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신이 보낸 사람>은 두만강 국경지대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탈북과 신앙에 대해 이야기한다. 탈북했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철호(김인권)는 마을 주민들을 데리고 다시 탈북할 계획을 세운다. 정치범 수용소에서 아내를 잃고 홀로 탈출한 철호는 중국에서 큰돈을 마련하여 돌아왔다. 국경경비대와 마을 간부들까지 뇌물이 통하지 않는 곳이 없을 만큼 사회는 부패했고 그만큼 주민들의 생활은 피폐하다. 철호는 지하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해오던 주민들을 설득하여 탈북을 계획하지만 뜻밖의 진실들이 알려지고 상황은 악화된다. 두만강 인근 마을과 국경경비대의 모습 등이 사실적으로 그려진 이 영화는 복잡한 갈등요소를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사는 단순한 편이다. 종교적인 내용이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다보니 보편적인 설득력이 약화돼버린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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