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 장르에서 남녀가 사랑을 이루기 전 넘어야 할 장애 요소들은 한편으론 극을 이끌어가는 촉매제다. 빈부 차이, 신분 차이, 성격 차이, 지리적 차이 등등 두 남녀가 한 커플로 아름답게 묶이기까지 무수한 ‘차이’들이 존재한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에서 두 남녀가 겪는 장애물은 다름 아닌 사랑에 대한 근본적 시각의 차이다.
한번 결혼에 실패한 마크(개스파드 프로스트)는 그 어떤 사랑도 믿지 않는다. 소설가인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사랑은 없다’는 명제를 입증하는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이라는 소설까지 집필한 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마크는 장례식장에 갔다가 우연히 알리스(루이즈 보르고앙)를 만나고 첫눈에 반한다. 섹시한 외모로 모든 남자들의 시선을 받는 알리스는 마크와는 정반대로 열정적인 태도로 사랑에 임하는 여자다. 남편이 있는 그녀는 이혼을 종용하는 마크를 향해 “싫어. 내가 당신 여자가 되면 흥미가 떨어질 테니까”라며 불같은 연애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화끈한 성격의 알리스는 사랑에 비관적인 마크의 책을 두고 “쓰레기 같은, 형편없는” 것이라 규정한다.
알리스의 섹시함에 흠뻑 빠진 마크가 자신이 알리스가 혐오하는 책의 저자임을 알리지 않는다는 데서 갈등이 발화한다. 결국 마크의 존재를 알게 되고 노발대발하는 알리스를 위해 그가 자신의 가치관을 바꿀 수 있느냐가 이 연애의 성사 여부를 판가름하게 된다. 영화는 이 일련의 과정에서 알리스보다는 마크의 심리에 더 집중하는데, 연출을 한 프레데릭 베그베데 감독이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쓴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스토리가 다소 밋밋한 대신 비관론적인 사랑관이 쏟아내는 주옥같은 사랑의 어록만큼은 그 어느 영화보다 풍성하다. 이를테면 첫 장면에서 한 노인이 “사랑이란 현실은 햇살이 비치자마자 사라지는 안개야” 같은 말은 당장 메모했다 써먹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