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공부하는 한국어 교재나 인터넷 사이트를 보면 이런 페이지가 종종 눈에 띈다. ‘이 단어만 알면 한국통’이라는 등의 제목 아래 ‘모므짱’(モムチャン, 몸짱), ‘생오르’(センオル, 생얼) 따위의 말뜻이 예문과 함께 친절히 설명돼 있다. 국어대사전에도 없는 인스턴트 조어들이 이웃나라의 초급 한국어 교재에 당당히 등재돼 있는 것이다. 티아라의 효민이 주연한 일본영화 <연애 징크스!!!>에서 그녀가 일본인에게 전파하는 것은 ‘미르당’(ミルダン, 밀당)이다. “남자와 있을 때 말을 많이 하지 말 것”, “트위터 아이디를 받은 뒤 곧바로 팔로하지 말고 상대를 조마조마하게 만들 것” 같은 지침을 귀띔하는 식이다. 사고로 애인을 잃고 일본으로 유학 간 지호(효민)는 기숙사 선배 카에데(시미즈 구루미)의 연애를 성사시키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다. 세상을 떠난 사랑을 잊기 위해 지호는 카에데의 연애작전에 더 적극적이다. 카에데는 중학교 시절 첫사랑 유스케(야마자키 겐토)를 다시 만났지만 다가가면 멀어질까 두려워 망설인다.
“사랑의 흥정 따위는 나에게 맞지 않아”라며 주저하는 카에데에게 지호는 “밀당은 흥정이 아니라 노력”이라며 부추긴다. 지호는 유스케의 프러포즈 코치까지 자처하며 두 사람을 맺어주려 애쓰지만 사태는 방향을 튼다. 결국 둘은 맺어지되 지호의 방식대로는 아니다. 한국어 배울 때 체계는 갖추지 않고 신조어만 안다고 해서 ‘한국통’이 될 수 없듯 인스턴트식 ‘밀당’이 사랑의 방정식을 풀어줄 수는 없다는 얘기다. 남자의 사랑 고백을 수동적으로 기다리고만 있지 않았던 카에데의 해법을 지켜보며 지호 역시 깨달음을 얻는다. 기숙사 사감 선생님이 가끔씩 등장해 영화의 주제를 해설하듯 읊어준다. 결국 이 영화는 여자와 남자가 사랑을 이루는 과정에 주목하는 로맨스라기보다 여자와 여자가 각자의 기억을 극복하고 나아가는 데 관심을 둔 성장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