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콩 호텔>은 타이와 라오스의 국경 사이를 흐르는 ‘메콩 강’을 소재로 한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다큐멘터리이다. 타이의 북서부, 강이 내려다보이는 호텔 테라스에 기타리스트(차이 바타나)가 자신의 곡을 기억해내려 애쓰고 있다. 그의 옆에는 영화감독(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 앉아 있는데, 이후 그들이 만들어내는 기타 선율은 상영 내내 이어진다. 음악을 따라서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 구상 중인 새 영화의 리허설 현장이 드러난다. 그의 영화에는 ‘폽’이라 불리는 귀신이 등장하는데, 폽은 인간이나 동물의 내장을 먹는 타이 고유의 유령이다. 2002년에 위라세타쿤이 쓴 <엑스터시 가든>의 리허설 장면이 영화에 삽입된다. 시나리오의 주인공은 어머니와 딸이다. 귀신인 어머니 젠(젠지라 퐁파스)과 함께 사는 딸 폰은 바나나 농장을 소유한 부유한 청년 통(사크다 카에부아디)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폰은 자신의 어머니가 폽인 것을 알지 못하고, 끝내 어머니에게 잡아먹히게 된다. 이후 어머니의 영혼은 항아리에 갇히고, 딸의 영혼은 다른 나라에서 환생해서 계속 남자친구를 따라다닌다.
‘왜곡’에 대한 의식을 ‘진실’되게 담아내는 실험적 다큐멘터리. 카메라 앞에서 절대적 현실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다만 어떤 순간을 찍어내고 하나의 관점에서 재구성할 뿐임을 감독은 우회적으로 설명한다. 화면에 비친 강의 모습은 마치 역사를 형상화한 것처럼 거대하고 은유적이다. 음악 또한 화면 속의 물줄기처럼 자연스럽게 흐른다. 같은 선율이 반복되는 듯 익숙해지다가 변주될 때도 있다. 자연의 표류와 더불어, 영화는 타이가 처한 정치적 상황을 논하고 있다. 리허설 도중 배우들은 ‘1970년대 있었던 군사 훈련’이나 ‘라오스로부터 탈출해서 도망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주고받는다. 기타 연주자로 등장하는 인물은 최근에 다시 만난 감독의 고등학교 친구이다. 마치 기억을 나누듯, 두 사람은 함께 앉아 시간을 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