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피날레여
마침내 피겨 여왕 김연아가 빙판을 달린다. 2월20일 목요일 자정(한국시각) 쇼트프로그램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를 시작으로 4년 전 밴쿠버의 영광을 재현할 예정이다. 다음날인 21일 금요일 자정(한국시각)에는 피아솔라의 <아디오스 노니노>에 맞춰 프리스케이팅 연기도 펼친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경기의 클라이맥스가 되지 않을까 숨죽여 기다려보자. 여왕의 피날레는 이미 시작되었다.
맨발의 라이브 여왕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800만명이 보았다는 건 그녀의 노래 <Let it go>를 800만명이 들었다는 뜻 아니던가? 자, 그럼 이제 그녀의 라이브를 한번 들어볼 차례인가? 그리하여 <겨울왕국>의 주제곡을 부른 뮤지컬 배우이자 가수인 이디나 멘젤의 국내 발매된 새 앨범 제목은 ≪라이브: 베어풋 앳 더 심포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의 투어 공연 중 토론토 공연실황을 골라 담았다고. 제목답게 무대에는 ‘맨발’로 올랐다고.
<카운슬러> 블루레이
리들리 스콧의 연출과 코맥 매카시 각본에 브래드 피트, 카메론 디아즈, 페넬로페 크루즈, 하비에르 바르뎀, 마이클 파스빈더가 출연해 화제가 됐던 <카운슬러>가 블루레이로 출시된다. 약 21분을 추가 편집한 확장판과 극장판에 이어 20곡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까지 한번에 득템할 수 있는 기회다. 리들리 스콧의 음성해설과 핵심적인 제작영상이 결합된 독특한 스페셜 피처도 있으니 눈여겨보자. O.S.T를 뺀 일반판 블루레이도 뒤이어 출시될 예정이다.
유비, 관우, 장비 중 누가 좋아?
<강철의 연금술사> <은수저>의 아라카와 히로무와 만화가 겸 작가 도코 준이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 대한 ‘팬심’을 두권의 책 <삼국지 스피리츠>로 폭발시켰다. 간단한 줄거리를 정리하고 그 대목에 관한 둘의 수다를 엮은 뒤, 주로 웃기고 때로 썰렁한 네컷만화를 붙이는 식으로 완성한 게 바로 <삼국지 스피리츠>. 혼을 담아내겠다는 야심찬 시도보다 책 속 인물들에 대해 마냥 수다떠는 게 즐거워 보이는 두 사람 구경이 재미있다.
봄밤의 재즈를 기다리며
재즈 베이스 연주자 찰리 헤이든, 아일랜드가 낳은 포크록 뮤지션 데이미언 라이스, 라틴 피아노의 거장 에디 팔미에리, 그리고 윤한, 윤석철 트리오 등 올해로 8번째 열리는 서울재즈페스티벌의 1차 라인업이 공개됐다. 1차 라인업을 공개했을 뿐인데 2월13일 시작된 슈퍼 얼리 버드 티켓이 매진됐다. 추후에 홈페이지(www.seouljazz.co.kr)를 통해 티켓 오픈 일정을 공개한다는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할 판이다. 공연은 5월17∼18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다.
연극+미니어처+영화=?
연극 무대 양쪽에 미니어처 작업대 두개가 있습니다. 한명의 카메라맨이 그 작업하는 사람의 손만 찍습니다. 그러면 그 영상이 무대 후방에 있는 스크린을 통해 상영됩니다. 손과 미니어처의 환상적인 조화가 스크린에 펼쳐집니다. 영화 <제8요일>의 감독 자코 반 도마엘이 안무가인 자신의 아내 미셸 안 드 메이와 함께 기획한 독창적인 공연, <키스 앤 크라이>입니다. 연극 공연 중이면서, 미니어처 제작 과정 중이면서, 동시에 영화 상영 중인 겁니다. 궁금하시지요? 3월6일부터 9일 사이에 LG아트센터를 찾으세요.
게임하느라 밤 새겠네
금단의 문이 열린다. 2월14일부터 26일까지 <영뢰: 다크사이드 프린세스>의 예약 판매가 실시된다. 96년 첫선을 보인 <각명관> 시리즈는 트랩을 설치해 침입자를 처리하는 게임으로 그로테스크한 묘사와 독특한 설정으로 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2005년 <영뢰2: 다크 일루젼> 이후 8년 만의 귀환이다. 초도 생산 물량에는 굴욕 트랩인 ‘골든 호스’ 다운로드 코드를 증정한다니 서두를 것.
한국 애니 O.S.T 추천이요~
2월20일 개봉예정인 한국 애니메이션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감독 장형윤). 개봉 전에 따끈한 O.S.T 음원부터 발매됐다. 강산에, 윤도현 밴드의 키보디스트로 활약했고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의 음악 감독이며 주인공 얼룩소의 모델이기도 한 고경천의 음악 6곡이다. 특히 영화 속 엔딩을 장식하는 <아름다운 기억도>를 주목. 지니, 멜론, 엠넷 등에서 이용 가능하다.
중국영화의 오늘을 만난다
쑨쉰, 잉량, 리우지아인을 아시는지. 중국영화의 현재를 이끌어가는 예술가들이다. 미디어 극장 아이공이 <중국 젊은 작가 대안 YOUNG畵전> 행사의 일환으로 이들에 대한 강연회를 연다. 2월18일에 중국 현대 미술과 영상을 시작으로, 19일에는 중국 디지털영화, 20일에는 애니메이션 작가 쑨쉰, 21일과 22일에는 각각 영화감독 잉량과 리우지아인이 주제다. 시간은 전부 오후 7시. 강연료는 1만원. 가서 배우자.
모순적인 인물의 내면
연극 <은밀한 기쁨>
기간: 3월2일까지
장소: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문의: 1544-1555
현대 영국을 대표하는 극작가 중 한명인 데이비드 해어의 작품은 ‘정치적으로 연극 읽기’의 어려움과 매력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그의 작품에는 기본적으로 당대 영국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치관과 그 충돌에 대한 작가 스스로의 날선 문제의식이 깔려 있고, 등장인물들은 하나의 캐릭터로서만이 아니라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지닌 채 등장한다.
1988년작인 <은밀한 기쁨>은 ‘아버지의 죽음’ 장면에서 시작한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아버지가 남긴 가치들을 어떻게든 지키려고 하는 이자벨과 냉철한 경제논리와 정치적 야망, 위선적인 종교 논리로 무장한 언니 마리온 부부가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의 축을 이룬다. 여기서 ‘아버지의 죽음’은 1980년대 대처 정부 하에서 강력하게 부상한 자본주의와 경제논리에 대비되는,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가치의 몰락을 의미하며 이를 끝까지 지키려는 이자벨과 새로운 세계관을 대변하는 마리온 부부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작가인 해어가 이들 이자벨과 마리온 부부의 갈등을 통해 서로 다른 가치관의 충돌을 제시하면서도 한쪽을 편드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입장이 지닌 모순을 복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자벨은 아버지의 뜻을 존중하며 살고자 하지만, 그녀가 떠맡은 아버지의 후처 캐서린을 보면 알 수 있듯 ‘아버지의 유산’이 무조건 아름답고 인간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편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합리적인 ‘공익’을 추구하면서 승승장구하는 마리온이 유독 이자벨에게만은 위선적이라며 공격적으로 변하는 모습에서는 스스로 당당하다고 하면서도 끊임없이 기존의 가치관에 견주어 자신을 합리화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번에 국내 초연된 <은밀한 기쁨>은 배우 추상미가 5년 만에 선택한 연극 무대라는 점에서도 많은 관심을 끈다. 차분하고 절제된 이미지로 그려내는 추상미의 이자벨에게서는 이 복잡하고 모순적인 인물의 내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