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배우도 출연하지 않고 화려한 디지털 그래픽도 없지만 소소한 이야기로 커다란 감동을 주는,그리고 그 감동의 울림에 휘말리게 하는 영화 <스틸 라이프>(Still Life)가 올겨울 이탈리아 영화관에서 작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제목만 보아도 소규모 아트영화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이 작품은 별다른 홍보 없이도 이탈리아 박스오피스 순위 10위권 내에 진입했는데, 이는 대단한 성과라고 이탈리아 평론가들은 말한다.
<스틸 라이프>는 영화 <풀 몬티>의 제작자로 잘 알려진 우베르토 파솔리니가 제작, 각본, 감독을 겸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이미 지난 제70회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부문(주로 실험적이고 심도 깊은 영화들을 소개하는 부문이다)에서 감독상을 수상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주인공은 지방의회 직원 존(에디 마산)으로, 그는 홀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가까운 가족이나 친척을 수소문하는 일을 하고 있다. 존은 자신의 업무에 성실하게 임하지만 외롭게 죽은 사람들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건 늘 그 혼자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이웃에 살던 알코올중독 노인의 죽음을 접한 뒤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은 <스틸 라이프>는 “죽음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삶을 그린 영화”라고 말한다. 또 감독은 “사람은 한번 죽고 죽을 때 같이 갈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평생을 버려진 듯 홀로 산 것 같은 사람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며 삶의 희망을 가지게 된다.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산 사람이든 버려진 듯 홀로 산 사람이든 죽음이 닥치면 홀로 그 길을 가게 마련이다. 죽음 이후에는 매장이 되든 화장을 하든 홀로 남겨진다. 그래서 슬플 것 같은 영화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작품은 희망이 가득한 영화다”라고 <스틸 라이프>에 대해 덧붙였다.
감독 우베르토 파솔리니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 하나. 많은 언론이 ‘파솔리니’라는 이름 때문에 그가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 감독과 친척 관계가 아닐지 의문을 품었는데, 정작 그는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먼 혈통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