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80대 노부부의 로맨스 <해피엔딩 프로젝트>
2014-02-19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많은 이야기가 그렇게 끝남에도 불구하고 정작 해피엔딩 자체에 관심을 두는 로맨스는 드물다. 캐나다의 황혼 로맨스 <해피엔딩 프로젝트>는 발단, 전개가 아니라 결말에 집중하는 영화다. 사랑해서 결혼했고 60여년을 함께 살았다. 일곱 자식을 낳아 키웠고 이제는 둘만의 호젓한 시간을 보내는 80대 후반이 되었다. 집은 낡았고 세상은 참 많이도 변해 이제 새집이 필요할 때다. 남편 크레이그(제임스 크롬웰)는 오래 품어온 프로젝트를 실행할 준비를 시작한다. 초기 치매 증상을 보이던 아내 아이린(주느비에브 뷰졸드)이 계단에서 넘어진 뒤, 낡은 이층집은 온통 그녀에게 위험하기만 하다. 주위에 사는 자식들이나 요양기관의 도움 없이 아내 아이린과 둘이서 일상적인 부부의 삶을 지속하고 싶기에 그는 직접 집을 짓기로 결심한다. 수백대의 범선을 만들었던 조선수의 아들인 크레이그는 현대적인 건축지식 없이도 숙련된 경험으로 능히 집을 지을 수 있다. 그러나 각종 허가, 신고, 등록의 연속인 건축 관료주의는 자신의 농지에 자신의 손으로 집을 짓겠다는 노인의 소박한 희망을 가로막는다. 변호사 게리(캠벨 스콧)가 백방으로 도왔으나 결국 크레이그는 공무 위반으로 법정에 출두하게 된다.

영화의 한축은 대책 없이 다정하고 귀여운 80대 후반 노부부의 로맨스로 이루어진다. 다른 한축에서 영화는 전통적 지혜를 인정하지 않는 건축 관료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훌륭한 건축장인이라 하더라도 허가와 등록 없이 집을 지으면 감옥에 가야 한다는 규정은 실제 살아가는 인간들의 경험과 사연에 무심하다. 다만 아내와 함께 바다가 보이는 자신의 땅 위에 집을 짓고 살겠다는데 말이다.

영화는 자식과 이웃 공동체의 선하고 공정한 염려와 관심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차가운 관료주의에 대항하는 작지만 기적 같은 프로젝트를 보여준다. 89살의 남편을 연기한 제임스 크롬웰은 이 작품으로 2013년 시애틀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내 역의 주느비에브 뷰졸드는 늙어 치매에 걸리고도 이토록 귀엽고도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본보기로 보여준다. 주제곡인 멈포드 앤드 선스의 <After the Storm>의 음율과 가사는 엔딩 장면과 어우러지며 깊은 감동을 전한다. 실화를 소재로 한 <해피엔드 프로젝트>는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다.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면 영화도 조금은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이 영화는 작은 변화를 일으킨 한 노인의 열정을 다루고 있기에 원숙하고 고집스러우며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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