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는 꿈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2014-02-19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좀더 게으르고 낙천적으로 살 수는 없을까? 남들과 다른 꿈을 꾸면 안 될까? 하지만 불통하는 두 세계의 어른들에겐 하지 말아야 할 것도 해야 할 것도 많다. 성공을 중시하는 지상의 곰 세계에서 거리의 음악가 어네스트(장광)는 외면당하기 일쑤다. 치과의사가 되라는 지하세계 어른들의 압박에 이빨을 수집하러 다니지만 셀레스틴(박지윤)은 사실 화가가 되고 싶다. 현실에서는 그렇다. 뚱뚱보 곰 어네스트는 가난한 음악가로 언제나 배고프고, 고아 생쥐 셀레스틴은 무능하고 엉뚱한 사고뭉치다.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는 꿈을 품은 곰과 생쥐의 금지된 만남은 세상에 일대 소란을 일으킨다.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은 수채화풍의 우화애니메이션이다. 유럽의 소소한 동화책이 눈앞에 펼쳐진 듯 담백하다. 금지와 명령이 많은 인간들의 세계를 가볍게 풍자하여 귀여운 동물들의 세계로 의인화했다. 낙천적이고 우직한 곰과 재재바르고 슬기로운 생쥐의 꿈, 우정이라는 주제는 세대 불문의 보편성을 품고 있다. 작품은 꼬마의 빠진 이빨을 생쥐요정이 물어간다는 동화적 설정을 모티브로 하여 곰 세계와 생쥐 세계의 관계를 설정했다. 어른들은 변호사나 치과의사가 되라고 말한다. 음악가나 화가가 된다는 것은 유치한 몽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은 꿈을 이루기 위해 자발적으로 가난을 택한다. 대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행복을 얻는다. 사탕, 쿠키, 초콜릿과 마시멜로. 곰아저씨 캔디가게에 전시된 온갖 간식들은 어른들이 금지하는 감미로운 유혹의 대상들이다. 지하의 수공예적인 생쥐 문명은 온갖 만화적인 설정과 상상력으로 가득하다. 작품은 벨기에의 삽화가 겸 동화작가인 가브리엘 뱅상의 <셀레스틴느 이야기>를 원작으로 했다.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2012년 칸영화제 감독주간 최고프랑스영화상인 SACD상, 2013년 LA영화비평가협회 최우수애니메이션상, 세자르영화제 애니메이션 대상을 수상하였고, 86회 아카데미상 애니메이션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우정을 통해 보배로운 꿈을 이루어가는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의 성별, 나이, 종을 초월한 우정 이야기는 작위 없이 맑고 투명하게 전개된다. 앙증맞은 작화에 부드럽게 녹아드는 따뜻한 색감, 중간중간 아날로그적 삽화로 무공해적 세계를 만들어냈다. 손그림애니메이션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은 깎아놓은 듯 CG의 힘을 빌린 할리우드의 차가운 애니메이션과는 차별화된 온기를 전달한다. 봄 공기처럼 가볍고 한없이 감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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