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사랑은 함께 죽는 것 <폼페이: 최후의 날>
2014-02-19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폼페이는 AD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18시간 만에 증발된 도시다. 1592년 발견된 폼페이의 인간 화석은 후대 사람들의 상상력과 감정을 자극했고, 1908년 이탈리아 대서사극을 필두로 이미 대여섯 차례 영화화됐다. 마일로(키트 해링턴)는 로마의 켈트족 학살사건의 생존자다. 당시 어린아이였던 그는 죽은 것으로 위장해 살아남지만 부모는 그의 눈앞에서 로마군 손에 죽는다. 이후 강한 신체와 정신력으로 무장한 전사로 성장한 그는 검투사로 차출돼 폼페이로 팔려간다. 폼페이로 향하는 길에서 마일로는 폼페이 영주의 딸 카시아(에밀리 브라우닝)를 만나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폼페이에 도착한 마일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가족을 죽인 코르부스(키퍼 서덜런드)와 맞닥뜨린다. 그는 로마의 의원이며, 카시아와 정혼을 맺으려 한다. 마일로는 이제 과거의 복수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카시아 공주를 지키기 위해 코르부스와 싸워야 한다.

이 영화는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과 닮은 점이 많다. <타이타닉>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와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연적이라는 삼각관계의 오랜 구도가 이 영화에도 그대로 차용된다. 거대한 타이타닉호는 검투사들이 살기 위해 싸우는 원형 경기장이 됐고, 타이타닉호를 집어삼키는 거센 물길은 성난 불길이 되어 밀려든다. <타이타닉>과 <폼페이: 최후의 날>(이하 <폼페이>)은 사랑의 영원성에 대한 서로 다른 주석으로도 읽힌다. <타이타닉>에서 사랑은 끝까지 살아남는 거라면 <폼페이>의 사랑은 함께 죽는 것이다. <폼페이>의 인간 화석은 <타이타닉>의 늙은 로즈의 주름이 했던 역할을 대신하는 셈이다. 다만 <타이타닉>이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에 집중하게 만드는 이야기라면 <폼페이>는 사랑, 복수 등의 서사를 한번에 녹여내 밀어붙이는 데 더 관심이 있어 보인다. 화산 폭발 장면도 장면이지만 아수라장이 되기 직전 연극과 실제를 넘나드는 검투사들의 대결 장면이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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