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소년, 소녀가 그려내는 순정의 세계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2014-02-19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6명의 소년, 소녀가 그려내는 순정의 세계를 담은 애니메이션. 첫사랑, 일기장, 숨바꼭질, 머리핀, 불꽃놀이, 이런 단어들을 떠올리면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진땅, 멘마, 유키아츠, 아나루, 츠루코, 폿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6명의 아이들은 ‘초평화 버스터즈’라는 그룹을 만들고 비밀기지도 마련한다. 마을과 연결된 다리 건너편 숲에 있는 작은 창고가 이들의 아지트다. 아이들은 거기서 숨바꼭질도 하고 일기도 쓰고 불꽃놀이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우정을 약속한다.

그러나 어느 여름 갑자기 멘마가 그들의 곁을 떠난다. 아이들은 멘마를 잃은 상실감과 각자 자기에게 책임이 있다는 죄책감을 안고 5년의 시간을 보낸다. 그룹의 리더인 진땅은 학교도 제대로 가지 않고 방황하고, 유키아츠는 여장을 하고 숲을 달리는 이상한 행동을 한다. 가장 유쾌했던 폿포는 멘마가 사라진 곳에 핀 꽃을 주머니에 넣어 목에 매달고 다니는 등 아이들은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멘마의 죽음을 애도한다. 그런데 갑자기 진땅에게 멘마가 나타난다. 진땅은 아이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멘마가 성불할 수 있도록 소원을 이뤄주자고 제안한다.

문제는 멘마의 소원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아이들은 멘마와의 추억을 되짚으며 멘마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추리하며 다시 가까워진다. 멘마는 진짜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고 알려주고 아이들은 멘마에게 보내는 편지를 갖고 비밀기지에 모이기로 한다. 이 영화의 부제는 ‘멘마에게 보내는 편지’다. 차마 말하지 못한 것을 적은 각자의 편지는 상처를 고백하고 스스로 치유하는 제의와 같다. 모든 친구들의 장점만을 보아준 멘마는 비현실적인 캐릭터지만 순정 애니메이션이기에 존재할 수 있는 인물이다. 애니메이션의 무대가 된 사이타마현 지치부시는 관광명소로 부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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