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학교가 아닌 자연에서 배우다 <닐스의 모험>
2014-02-26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극장판 <닐스의 모험>은 여성 최초로 1909년 노벨상을 받은 스웨덴의 문호 셀마 라게를뢰프의 아동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 애니메이션의 대가 오시이 마모루가 1982년 연출한 작품을 2009년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통해 손본 것으로, 극장 개봉은 한국이 최초다. 국내에는 1980년대에 명절특집 장편만화로 소개된 바 있고, 1990년대에 TV시리즈로 방영됐던 추억의 만화영화다.

일요일, 부모님이 교회에 간 사이 홀로 남은 닐스는 요정 할아버지를 괴롭히다 난쟁이가 되어버린다. 평소 그의 장난에 시달리던 가축들은 작아진 닐스를 공격해온다. 정신없이 도망치던 닐스는 얼떨결에 기러기떼의 비행에 동참하게 된다. 날고 싶은 집거위 모르텐과 작은 수다쟁이 햄스터도 함께한다. 빨간 여우, 족제비, 수달의 집요하고 어수룩한 공격에 용기와 지혜로 맞서는 닐스는 인간에게 적대적이던 동물들의 믿음을 얻게 된다. 철새의 고향이자 꿈과 희망의 땅인 라플란드를 향하는 닐스와 친구들은 너른 세계를 누비며 푸른 하늘을 비행한다.

<닐스의 모험>은 북유럽의 문명, 역사, 대자연을 편력하는 꼬마 닐스의 모험을 다룬 작품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북유럽식 라이프 스타일이나 스칸디나비아식 교육법이 유행이다. 아이가 여행을 통해 협력과 연대의 가치를 깨달아간다는 <닐스의 모험>의 소박한 주제는 오랜 전통을 지닌 북유럽식 교육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장난꾸러기 닐스는 학교가 아니라 자연에서 배운다. 난쟁이가 되어 인간 중심적 세계에서 벗어나 작고 미약한 존재들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생명존중, 인도주의, 우정의 소중함, 자기희생을 감수하는 책임감도 체득한다. 아동문학 고전을 각색한 1980년대 만화영화를 보며 자란 아이들이 어느덧 부모 세대가 되어간다.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선보이는 <닐스의 모험>은 젊은 부모에게는 추억을, 어린아이에게는 멋지고 환상적인 모험을 선사할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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