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사회적 벤처기업의 흥망성쇠 <미스터 컴퍼니>
2014-02-26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착한 사람이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일까? 기업의 이윤과 사회적 가치는 공존하기 힘들어 보인다. 소통과 공감의 공동체가 와해되고 노동과 복지에서 소외된 계층이 늘어가자 최근 이들에 주목하는 ‘사회적 기업’이 대두되고 있다. <미스터 컴퍼니>는 약육강식의 패션 생태를 바꿔보겠다고 나선 사회적 벤처기업의 도전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윤리적 기업문화에 대한 최근 영화의 반성적 경향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기도 하다.

2009년 삼성전자, 네이버, 다음 등 대기업을 그만둔 젊은이들이 대안적 의류사업을 꿈꾸며 모였다. 먹이사슬 하단에 있는 영세 업체를 착취하여 브랜드 가치만 집적하는 소위 ‘흡혈귀’적 패션계에 작은 바람을 일으켜보자는 포부였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율적 일터의 재미는 사라져가고 관계는 팍팍해져만 갔다. 이상을 위해 현재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CEO와, 직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보다 가까운 현실적 대안을 모색하자는 재무이사 사이의 갈등은 심해져만 간다.

영화는 공정한 배려, 정직한 비즈니스 마인드가 탐욕적 기업문화에 맞서 세상을 조금씩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벤처기업의 흥망성쇠를 다뤘다. 갈등, 고민, 분노, 절망의 과정엔 어떠한 윤색도 없다. 카메라는 덤덤하게 다가가 그들이 겪는 균열과 불안을 엮는다. 감독 민환기는 전작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2009)에서도 창의적 뮤지션들이 겪는 현실에 필터 없이 다가간 바 있다. <미스터 컴퍼니> 역시 이 시대 젊은이들의 현실적 불안과 갈등을 직시하는 작은 기록이다. 흙먼지가 쌓여 돌멩이에 흔적을 남기듯 이들의 꾸준한 시도는 우리 시대의 한 단층으로 남겨질 것이다. 잠정적 실패, 잠정적 답보, 그리고 한줌의 희망을 안고 사람들은 흩어진다. 꿈은 기적처럼 도래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패를 딛고 이들은 또 다른 도움닫기를 준비하며 출발선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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