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인간적인 고뇌와 선택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
2014-02-26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영화의 묘미는 다종다기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은 인간의 심연을 파고드는 집중력과 인내심이 강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시종일관 진지하고, 친절한 설명도 없으며, 오히려 내용의 상당 부분을 거둬내서 어떤 관객에게는 불친절한 작품일 수 있다. 그러나 웃음도 자비도 없는 이 냉정한 서사가 우리를 매혹시키는 강렬함을 부인할 수 없다. 16세기 종교개혁이 이루어지는 독일을 배경으로 쓴 클라이스트의 원작을 영화화했다. 감독은 일찌감치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으나 실행에 이르기까지 수십년의 세월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 세월만큼 원작의 의미를 분석하고 해체하여 자신의 작품을 만든 공력을 짐작할 수 있다.

미하엘 콜하스(매즈 미켈슨)는 말 상인으로 사업 수완이 좋아 넓은 영지와 집을 소유하고 있다. 평소처럼 장에 내다 팔 말들을 끌고 다리를 건너려는데 갑작스레 통행증을 보여달라는 요구를 받는다. 젊은 새 남작이 임의로 통행료를 징수하는 것이다. 전에 없던 처사에 화가 났지만 결국 미하엘은 말 두 마리를 맡겨두고 길을 떠난다. 좋은 시세로 말을 팔고 돌아온 미하엘은 맡겨둔 말의 형편없는 몰골에 분노한다. 더구나 남겨둔 하인은 개에게 물어뜯겨 큰 부상을 당했다. 미하엘은 남작에게 통행료 징수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법원에 고소장을 접수한다. 세번에 걸쳐 고소가 기각되자 미하엘은 직접 공주에게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미하엘의 요구는 단순하다. 자신과 하인의 피해를 보상하고 말을 이전 상태로 회복시켜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요구는 무산되고 미하엘은 농민 폭동의 주동자가 된다.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은 하층민의 영웅적인 봉기와 승리, 이런 것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절대 아니다. 미하엘의 인간적인 고뇌, 그의 선택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당시의 종교적, 정치적, 법적인 문제들을 심도 깊게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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