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얼음만 가득한 북극의 작은 마을. 악의 정령에 영혼을 잃어버린 주술사 크룰릭이 벌인 몹쓸 짓에 화가 난 북극의 수호신 세드나는 마을의 모든 동물이 사라지게 하는 저주를 내린다. 사냥이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던 마을 사람들은 위기에 빠지고, 이 저주를 풀기 위해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이들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인 사릴라로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동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이디야(장민혁)와 부족장의 아들 사냥꾼 푸툴릭(윤세웅), 그리고 푸툴릭의 여자친구 애픽은 마을을 구하기 위한 모험을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이디야는 자신에게 주술사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올겨울 내내 <Let it go>를 부르며 아직도 엘사의 화려한 마법에 빠져 있다면, <이디야와 얼음왕국의 전설>은 얼마간 심심한 애니메이션일지도 모른다. 북극의 원주민인 이누이트족들의 모습을 본떠 만든 주인공들의 모습은 그다지 친숙하지 않으며, 이들의 모험도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눈에는 똑같게만 보이는 눈들이 북극에 사는 이들에게는 수백여개의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듯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길들여진 우리의 시선을 조금만 더 열어놓는다면 이 애니메이션이 보여주는 잘 몰랐던 이누이트족의 신화 속 이야기나 친숙하지 않은 그림체가, 그리고 조금 다른 속도감이 그렇게 부담스럽지만은 않을 것이다.
낸시 플로렌스 사바르 감독은 자칫 밋밋해 보이기 쉬운 북극의 모습을 눈과 얼음이 가진 질감을 잘 살려 다채롭게 보여준다. 여기에 개 썰매를 타고 눈보라 속을 달리는 모습이나 순식간에 펼쳐진 사릴라 정원의 풍경도 예쁘다. 실제로 이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10여년 동안 이누이트족 문화전문가들과 동화작가가 매달려 있었다니, 그 노력의 흔적을 느껴보는 것도 얼마 남지 않은 겨울을 체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