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럴드 래미스가 2월24일 새벽, 자가면역성 혈관염 합병증으로 작고했다. 향년 69. 해럴드 래미스는 1969년 시카고 세컨드 시티 극단에서 코미디 배우로 활동했다. 1973년 시사 풍자 라디오 프로그램 <내셔널 램푼 라디오 아워>의 작가로 일을 시작해 1970년대 중반부터 배우 겸 극작가로 자리를 잡았다. 더글러스 케네이, 크리스 밀러와 함께 시나리오를 쓴 존 랜디스 감독의 <애니멀 하우스의 악동들>(1978)이 흥행하며 본격적으로 커리어를 열었고 <고스트 버스터즈>(1984)의 시나리오작가이자 에곤 스펜글러 박사 역을 맡은 배우로 유명세를 떨쳤다. 연출 데뷔작은 <캐디쉑>(1980)이지만 절친한 친구인 빌 머레이를 주연으로 내세운 <사랑의 블랙홀>(1993)을 연출한 뒤 감독으로서의 재능도 인정받았다.
다재다능한 동지를 잃은 비보에 할리우드 영화인들의 애도가 이어졌다. <애니멀 하우스의 악동들>부터 <고스트 버스터즈> 시리즈까지 오랫동안 래미스와 함께 작업해온 영화감독 이반 라이트먼은 “형제와 같이 해럴드를 사랑했다”는 말로 깊은 슬픔을 드러냈다. 래미스의 마지막 연출작 <이어 원>(2009)의 주연이었던 잭 블랙도 “해럴드는 유쾌하고 사랑스러우면서 사려 깊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 깊은 곳으로 사라져버렸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고스트 버스터즈> 시리즈에서 다나 바렛 역을 맡았던 시고니 위버 역시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해럴드와 함께한 작업들은 내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다. 무척 친절하고 관용적이었던 그는 놀라운 재능을 가진 사람이기도 했다. 그의 영화도 대단히 뛰어났다. 이 거대한 슬픔을 어떻게 추슬러야 할지 모르겠다.” 오바마 대통령도 “우린 미국의 가장 위대한 풍자작가를 잃었다”고 애도를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한편 오랜만의 제작 소식으로 팬들을 설레게 했던 <고스트 버스터즈3>는 각본을 수정해 차질 없이 진행될 예정이다. 각본 수정은 리 아이젠버그와 진 스투프니스키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