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여자 다이애나로서 살았던 마지막 2년 <다이애나>
2014-03-05
글 : 김지미 (영화평론가)

한때는 ‘살아 있는 신데렐라’처럼 여겨졌던 다이애나비의 삶은 어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다. 여느 배우보다 더 기품 있는 아름다운 외모에 결혼을 통한 극적인 신분 상승,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왕가(王家)의 높은 벽과 남편의 불륜, 이혼과 갑작스러운 죽음. 로맨스로 시작된 인생의 서막은 멜로드라마로 치닫고 결국은 미스터리한 비극으로 종결되었다. 올리버 히르비겔 감독은 늘 대중에 공개됐던 왕세자비 다이애나가 아닌 별거와 이혼 그리고 죽음에 이르게 된, 그녀가 여자 다이애나로서 살았던 마지막 2년을 스크린 위에 담았다.

파파라치들에게 포착된 다이애나의 마지막 사랑은 재벌 2세인 도디 알 파예드였지만 이 영화는 다이애나의 수석 집사였던 폴 버렐의 주장을 근거로 하스낫 칸(나빈 앤드루스)이라는 심장전문의와의 애틋한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지인의 병실에 문병을 갔다가 우연히 하스낫을 만나게 된 다이애나(나오미 왓츠)는 자신을 공주가 아닌 보통 사람으로 대하는 그의 태도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그의 직업에 흠뻑 매료된다. 남들의 주목을 받고 사는 데 익숙하지 않았던 하스낫은 그녀의 구애를 거절하지만 가발까지 쓰고 나오는 그녀의 열정에 항복한다. 둘만 있으면 달콤하기 이를 데 없는 그들의 연애는 가족, 파파라치, 세간의 이목 등 외부적인 요인들로 고초를 겪는다.

여성의 유명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평범남의 갈등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노팅힐>의 로열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재미나 로맨틱 지수로 치면 그 작품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감독은 다이애나의 사랑과 다이애나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그 어느 것도 매력적으로 보여주지 못한 채 결말에 이르고 만다. 다이애나가 하스낫과 도디 알 파예드 사이에서 사랑의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동안 왕실은 뭘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면 스티븐 프리어스의 <더 퀸>을 보며 퍼즐을 맞춰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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