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물고기 뼈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소동극 <피쉬와 칩스 극장판>
2014-03-05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어딘가 멍청하고 허당기 가득해 보이는 고양이 칩스. 잔뜩 폼을 잡고 브루클린의 한 바에 앉아 비애감에 젖어든다. 분위기만 봐서는 갱스터의 후일담이라도 들려줄 기세지만 막상 하는 이야기는 물고기의 뼈를 찾아야 한다는 게 전부다. 자신의 6대조 할아버지가 육지 동물로 진화하려는 물고기에게 잡아먹혔고, 그래서 자신의 아버지는 육지 동물이 된 물고기의 뼈를 손에 넣고 싶어 하며, 자신은 그걸 찾아야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니. 그렇다면 그 뼈는 지금 어디 있나. 바로 깐족거리고 수 쓰는 데 일가견이 있는 물고기 피쉬가 육지 동물로 진화하기를 염원하며 고이고이 목에 걸고 있다. 피쉬의 진화냐, 칩스의 금의환향이냐. 누구 하나 양보할 수 없는 피쉬와 칩스의 대결은 그렇게 시작된다.

물고기 뼈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소동극 <피쉬와 칩스 극장판>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무엇보다 상식을 뒤집는 설정들 덕분에 극에 생기가 돋아난다. 육지에 정착했다는 피쉬의 조상이나, 고양이 앞에 생선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물고기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칩스나, 두 다리가 생기길 바라며 열심히 근력 운동을 하는 피쉬 등 하나같이 생뚱맞지만 그 엉뚱함이 재미 포인트다. 어른들의 눈높이를 적극적으로 고려한 전체 관람가 애니메이션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피쉬가 “해묵은 집안싸움을 이제 끝낼 때도 됐잖아”라며 능글맞게 칩스를 꼬드기다가도 불리하다 싶으면 칩스에게 이쑤시개로 자기 비늘을 뜯어버리라는 둥 물이 없는 욕조에 자신을 가두라는 둥 협박인지 간청인지 알 수 없는 대사를 하는데 그럴듯한 말들이 오가는 인간 세계의 축소판 같다. 뼈 목걸이를 잃고 실의에 빠져서는 “인생 밑바닥이구나. 그래도 뼈다귀 덕분에 즐거운 일도 많았지?”라고 말하며 문어 먹물을 술처럼 들이켜는 피쉬를 볼 땐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상황이나 대사가 주는 재미 이상으로 인생살이에 대한 뼈 있는 농담들이 보는 맛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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