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씨네스코프] 더이상 소년이 아니야
2014-03-07
글 : 김성훈
사진 : 최성열
김태용 감독의 장편 데뷔작 <눈물> 촬영현장

황량한 갯벌뿐인 겨울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영재와 민재 형제(왼쪽부터). 김태용 감독은 “젊은 배우들이 가진 스펙트럼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작품은 뿌듯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모니터를 확인하고 있는 배우 최우식과 김태용 감독(왼쪽부터). “영재 역을 맡은 최우식이라는 젊은 배우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펼쳐낸 작품이 될 거”라는 감독의 확언처럼, <눈물>은 신예 최우식이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고 가는 작품이다.

최우식(오른쪽)은 “대본 리딩할 때는 몰랐던 감정들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라고 촬영 마지막 날 소감을 밝혔다.

김태용 감독은 어린 배우들에게 “<피쉬 탱크> <할람포> 같은 다르덴 형제의 영향을 많이 받은 영화를 권했고, 스스로 <발레교습소>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같은 한국 성장영화를 참고했다”고 말했다.

“갈라쇼를 하는 마음으로 찍고 있다. (웃음)” 해가 서쪽 하늘로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는데 김태용 감독은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2010년 칸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된 단편 <얼어붙은 땅>을 비롯해 <복무태만>(2011), <인생은 새옹지마>(2013) 등 여러 편의 단편을 만들어온 그다. 영화 <눈물>의 주요 공간인 ‘이삭의 집’이 실내라 야외로 나온 건 오랜만이라고 한다. 하루에만 세군데를 옮겨다녀야 하는 일정임에도 현장이 여유로워 보인 건 간만의 바닷가 나들이 때문만은 아니다. 총 15회차 촬영의 마지막 날이라는 사실이 제작진의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했을 것이다.

<눈물>(배급 CJ엔터테인먼트)은 김태용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보호가 필요한 소년, 소녀 가장들에게는 가정 보호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관리인과 네댓명의 아이들을 모아 가족처럼 살게 하는 그룹홈 ‘이삭의 집’이 영화의 배경이다. 가족의 생계는 안중에도 없는 아버지(김수현) 때문에 어릴 때부터 이삭의 집에서 원장 부부의 눈칫밥을 먹으며 자라온 영재(최우식). 원장 부부가 자신을 내보내려는 상황에서 아버지가 동생 민재(장유상)마저 이삭의 집에 맡기려고 하자 갈 곳 없는 영재는 절망에 빠진다. 2월24일 영종도 선녀바위 해수욕장에서 공개된 현장은 영재가 민재를 데리고 어머니가 병으로 몸져누운 이모의 집 근처 바닷가로 바람을 쐬러가는 45신이다.

두 남자가 겨울 바다를 바라보며 해변가에 나란히 서 있는 간단한 촬영이지만 김태용 감독은 “이야기에 정서를 불어넣는 장면”이라고 중요한 의미를 부여했다. 감독의 말처럼 영재에게 동생과의 바닷가 나들이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동시에, 막막했던 그의 마음에 아주 잠깐이나마 숨통을 틔워주는 계기가 된다. 안타까운 건 갯벌 위로 스멀스멀 피어오른 안개가 마치 두 아이의 미래를 예고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올해로 27살이다. 이제는 부모를 원망할 수 없는 나이가 됐다고 생각하니 서운하고 원망스러웠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그 마음을 영화를 통해 정면으로 바라봐야겠다.” 장편 데뷔를 앞둔 김태용 감독의 소감. <눈물>은 신예 최우식이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고 가는 작품이기도 하다. 최우식은 “자신이 가진 환경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또 바꾸려고 한다는 점에서 영재는 용기 있는 소년”이라고 설명했다. 영재와 민재 형제 그리고 영재의 이삭의 집 친구인 범태(신재하) 등 매일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소년들은 씩씩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올해 하반기에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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