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링>의 사다코는 잊어라 <사다코2>
2014-03-12
글 : 김보연 (객원기자)

비디오테이프는 이제 필요 없다. 21세기의 사다코는 TV, 컴퓨터, 휴대폰 등 모든 매체 속에서 튀어나올 수 있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살해당했던 사다코는 끈질기게 부활을 시도하는 한편 더 강해진 힘과 원한을 무기로 인류를 몰살하려고 한다. 전편에서 아카네(이시하라 사토미)의 몸 안에 봉인당했던 사다코는 5년 전 태어난 신비한 소녀 나기를 통해 다시 한번 세상에 나오려 하고, 그렇게 나기 주위의 사람들은 하나둘씩 목숨을 잃는다. 한편 나기를 돌보고 있던 후코(다키모토 미오리)는 생명을 위협받으면서도 나기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나기와 사다코의 정체에 다가가기 시작한다. <링>의 사다코는 잊는 편이 좋다. 이름과 최소한의 설정만 공유하고 있을 뿐 ‘사다코’ 시리즈는 자신만의 길을 간다. 지난해에 개봉한 <사다코 3D: 죽음의 동영상>도 사다코에 대한 ‘파격적’인 해석을 통해 무서워하기에도 웃기에도 애매한 결과물을 만든 적이 있지만 이번 <사다코2>는 그보다 한술 더 뜬다. 사람들은 그저 잔인한 이미지를 전시하기 위해 죽어가고, 후코를 비롯한 주인공들은 사다코의 맹활약 앞에서 소리만 지르며 여기저기 떠밀려다닌다. 드라마에 감정이입을 할 여지는 물론 없으며 어색한 특수효과(이를테면 사다코의 채찍 같은 머리카락)는 잊을 만하면 등장해 겨우 생긴 공포심마저 사라지게 한다.

그중 결정적으로 관람을 방해하는 요소는 지나치게 노골적인 3D 효과다. 물론 화면 속에서 튀어나오는 사다코를 표현하기에는 3D가 안성맞춤이었겠지만 <사다코2>는 그 노림수가 너무 빤하다는 게 문제다. 영화를 조금만 보다보면 사다코를 포함한 무언가가 눈앞으로 돌진하는 타이밍을 쉽게 예측할 수 있는데, 그때부터 영화는 틈만 나면 관객의 눈을 찌르려드는 장난꾸러기로 변한다. 걷는 것만으로 오싹한 공포를 선사했던 <링>의 사다코는 이제 더이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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