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목숨을 담보로 한 일생일대의 도박 <주윤발의 도성풍운>
2014-03-12
글 : 주성철

‘도신’이 돌아왔다. 마법의 손이라 불리는 도박계의 신(神) 켄(주윤발)은 오랜 친구 벤츠(허소웅)와 그의 아들 쿨(사정봉), 그리고 사촌 칼(두문택)을 마카오로 초대한다. 한편, 세계 최대 자금세탁 조직의 보스 고 회장(고호)은 보디가드 겸 킬러(장진)를 이용해 내부 스파이를 죽인다. 이에 그 스파이와 함께 조직에서 비밀리에 활동하던 여자 경찰(경첨) 또한 위험에 처하면서 고 회장을 쫓던 중국, 홍콩, 마카오 경찰이 연합하여 켄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렇게 켄은 목숨을 담보로 한 일생일대의 도박 경기를 시작한다.

<주윤발의 도성풍운>의 원조이자 국내에 <정전자>로 소개됐던 <도신>(1989)은 유덕화, 알란탐 주연의 <지존무상>(1989)과 유덕화, 주성치 주연의 <도협>(1990) 사이에서 이른바 ‘홍콩 카지노무비’의 전성기를 대표했던 영화다. 그 모두 왕정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원규, 유진위 감독, 주성치 주연의 <도성>(1990)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무술 대결을 방불케 하는 진지한 도박 시합이 홍콩 누아르의 총격전과 결합한 이 장르는 아시아 영화시장에서 꽤 흥미로운 족적을 남겼다. 역시 대단한 것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신’으로 군림했던 주윤발의 존재감이다.

하지만 어느덧 화려한 날은 가고, 나이 든 주윤발은 도신의 근엄한 원숙미보다 방정맞은 율동과 코미디로 오랜 추억을 난도질한다. 과거 도신의 전매특허였던 ‘초콜릿’을 먹는 장면도 등장하지만 역시 허전하다. <일대종사>(2012)에서 무술 실력을 뽐냈던 장진을 데려와 액션도 강화하고, 왕년의 화려한 카드 기술도 CG로 매만졌지만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왕정은 앞서 사정봉과는 <재신객잔>(2011), 주윤발과는 <대상해>(2012)를 찍었지만 역시 뻔뻔한 아류작들이었다. 따지고 보면 그는 원래 그랬다. 그래서 큰 기대를 안 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거 정말 생각보다 더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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