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살라미스 해전의 시작 <300: 제국의 부활>
2014-03-12
글 : 김보연 (객원기자)

페르시아와 맞서 싸운 건 스파르타뿐만이 아니었다. 스파르타의 300 특공대가 육지에서 왕의 군대와 싸우고 있었다면 스파르타를 제외한 그리스 연합군은 바다에서 페르시아 함대와 대치하고 있었다. 그리스의 테미스토클레스 장군(설리번 스태플턴)은 페르시아에 항복하는 대신 잔인하기로 악명 높은 아르테미시아(에바 그린)의 함대와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다. 페르시아 전쟁의 중요한 분기점이었던 살라미스 해전이 이제 막 시작되려는 것이다.

잭 스나이더는 <300>(2007)에서 ‘정의의 화신’인 스파르타군과 싸우는 페르시아를 절대악으로 설정하고 이들을 ‘괴물’로 묘사하며 많은 비판을 받았었다. 이번 <300: 제국의 부활>은 전작의 실수를 피하려고 나름 노력하지만 ‘우월한 서방 vs 미개한 비서방’의 대립 구도는 여전하다. 특히 주인공이 “자유”, “민주주의”, “정의”를 노골적으로 외치는 장면들과 페르시아군을 살인광으로 묘사한 장면들은 이 영화를 마음 편히 즐기기 어렵게 만든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정의의 백인 군대가 정치-문화적으로 미개한 나라를 물리친다는 단순한 메시지가 너무 노골적으로 읽히는 것이다.

이렇게 선과 악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놓았으니 이야기가 재미있기란 힘들다. 물론 이를 만회하기 위해 화려한 액션을 채워넣었지만 이 역시 이제는 수많은 영화와 TV드라마, 게임을 통해 익숙해진 것들이다. 다시 말해 <300: 제국의 부활>은 평면적인 인물들을 데리고 예정된 결말을 향해 걸어가며, 기대했던 액션 장면조차 관습적으로 연출한 영화다. 그나마 에바 그린의 물 만난 악역 연기가 극에 활력을 불어넣지만 그조차 뒤로 갈수록 빛이 바랜다. 그리스의 장군들이 틈만 나면 정의를 외치며 스스로 지루해져버리니 아무리 싸워도 긴장감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적어도 잭 스나이더가 <300>의 주인공들에게 최소한의 인간적 매력을 부여했던 것을 기억하면 이는 안타까운 퇴보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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