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11월22일 텍사스주 댈러스를 방문한 미국 대통령 J. F. 케네디는 도착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암살된다. 이 역사적 사실이 <더 파크랜드>의 출발이다. 극 초반에 자막으로 고지했듯이 영화는 그가 암살당한 날과 이후 3일 동안 벌어진 ‘실제 사건’을 담고 있다. 그 전말은 이렇다. 대통령 경호실과 FBI는 곧 있을 대통령 카퍼레이드의 완벽한 준비를 자신한다. 사람들은 각자의 일터에서 TV 앞으로 모이거나 라디오 볼륨을 높여가며 현장을 주목한다. 잠시 뒤, 그 사건이 벌어진다. 현장에 있던 평범한 사업가 제프루더(폴 지아마티)는 자신의 카메라에 이 순간이 담긴 걸 알고 충격을 받는다. 한편 대통령은 파크랜드 메모리얼 병원으로 이송되지만 얼마 못 가 숨을 거둔다. 그사이 용의자로 지목된 리하비 오스왈드(제레미 스트롱)가 붙잡히나 몇 시간 뒤 그는 저격당한다. 운명처럼 그 역시 파크랜드로 이송돼 그곳에서 숨진다. 동생 오스왈드의 엄청난 행동에 그의 형도 혼란스럽다. 사건 발생 사흘째, 피해자와 용의자는 각각 워싱턴과 댈러스의 땅속에 묻힌다.
영화는 케네디 암살 사건을 시간순으로 훑는다. 화면편집과 카메라앵글의 쓰임 때문일까. 초반 주요 장면은 다큐멘터리 같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 퍼레이드 영상이 영화 틈틈이 삽입됐고 케네디가 파크랜드로 이송되는 장면은 현장 기록 영상물처럼 찍혔다. 전작 <캡틴 필립스>를 통해 실화를 재연해 현장감 넘치는 그림을 뽑아내는 데 재능을 보인 배리 애크로이드가 촬영했다. 이송 무리를 따라 카메라가 휙휙 돌아가고, 원거리에서 줌인해 사건 현장으로 들어가는 것이 생방송 현장을 지켜보는 것 같다. 자극적으로 가려면 더할 수도 있었을 텐데 영화는 여기서 멈춘다. “두개골이 박살났다”는 대사만 들려줄 뿐 케네디의 망가진 육신이나 얼굴은 보여주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놀랍도록 새롭거나 신선한 건 아니다. <더 파크랜드>가 색다르게 보일 수 있다면 그건 암살이 아닌 대통령의 죽음으로 삶이 송두리째 변하고 혼란을 겪게 된 평범한 사람들의 사연에 주목했다는 점 때문일 거다. 제프루더나 용의자의 형이 겪었을 정신적 충격이나 만신창이가 된 대통령을 보는 파크랜드의 의료진, 경호원, FBI 요원들의 복잡한 심경이 암살 사건 이후 영화의 주요 내용이 되는 건 그래서다. 하지만 인물들의 감정 변화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다. 사연 또한 단편적으로 나열돼 초반의 긴장감이 끝까지 이어지지 못한 게 아쉽다. 우리가 몰랐던 그들의 생생한 속내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심심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