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사랑은 흔들릴 때 위험하다 <러브 인 비즈니스 클래스>
2014-03-19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설치미술가인 줄리(뤼디빈 사니에르)는 별 성과 없는 뉴욕 전시를 마치고 파리로 돌아가기 위해 JFK공항에 도착한다. 줄리는 입국 수속 중 비즈니스석으로 상향 조정되어 기쁜 마음으로 탑승하는데, 공교롭게도 그녀의 옆자리에는 세상에서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인 앙트완(니콜라스 베도스)이 앉아 있다. 연인이었던 둘은 3년 전 오해로 인해 이별했다. 이별 뒤 뉴욕에서 생활했던 앙트완은 파리에 있는 로펌에 면접을 보러 가는 길이다. 뉴욕에서 파리까지 7시간에 이르는 비행시간 동안 둘은 과거의 일들을 하나씩 이야기하고 진실을 찾아가는 퍼즐을 맞추게 된다. 한 여자를 2주 이상 만나지 못하는 플레이보이 앙트완은 실은 진짜 짝을 찾지 못해 외로운 남자다. 줄리를 그리워했던 앙트완은 우연한 만남으로 희망에 부푸는데 줄리는 결혼을 앞두고 있다.

영화의 원제는 ‘사랑과 흔들림’이다. 빤한 제목으로 보일 수 있지만 비행기 안이라는 영화의 공간적 배경을 생각하면 재치 있는 작명이다. 둘이 타고 있는 비행기는 난기류를 만날 때마다 실내등이 꺼지면서 ‘흔들림에 조심하라’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사랑은 흔들릴 때 위험하다. 하지만 흔들릴 때 새 인연이 맺어지기도 한다. 줄리와 앙트완은 심한 난기류로 비행기가 요동치는 상황이 되자 얼떨결에 속마음을 고백한다. 상대의 단점에 치를 떨면서도 가슴 깊이 미련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포스트잇에 점검할 사항들을 적어 곳곳에 붙여두는 줄리와 즉흥적이고 인정 많은 앙트완은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다. 술을 못 마시는 줄리와 물 대신 술을 마시는 앙트완은 사사건건 부딪히다 이별하게 된다. <러브 인 비즈니스 클래스>는 비행기 안에서 대화를 나누는 현재의 시간과 과거의 사건을 회상하는 장면들이 절묘하게 교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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