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고아 소년과 버려진 개의 우정’ <벨과 세바스찬>
2014-03-19
글 : 우혜경 (영화평론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무렵, 피레네 알프스 근처 산속 마을에서 양을 치며 할아버지(체키 카료)와 함께 살고 있는 어린 소년 세바스찬(펠릭스 보쉬)은 마을의 양떼를 습격했다는 누명을 쓰고 마을 주민들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난폭한 짐승’이 사실은 온순하고 똑똑한 떠돌이 개라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다. 이내 ‘벨’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떠돌이 개는 세바스찬과 둘도 없는 친구가 되고, 벨을 둘러싼 마을 사람들의 오해도 하나씩 풀려간다. 한편 마을을 점령한 독일군은 마을의 누군가가 전쟁을 피해 스위스로 도망치려는 유대인들을 도와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를 색출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독일군의 압박이 점점 심해지는 가운데 마을의 의사 기욤(디미트리 스토로지)은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을 찾아온 유대인 가족을 스위스로 탈출시킬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벨과 세바스찬>은 1960년대 프랑스의 동명 TV시리즈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고아 소년과 버려진 개의 우정’이라는, 어찌보면 할리우드영화에나 어울릴 법한 상투적인 소재를 그 출발점으로 두고 있다. 여기에 세바스찬과 벨이 서로를 돌보아주며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도 큰 특징 없이 흘러간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강점은 이 흔한 소재로, 뜻밖의 이야기를 균형감 있게 짜나간다는 데 있다. 때문에 벨과 세바스찬의 우정에 중심을 두었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험준한 설산을 넘어 스위스로 탈출하는 유대인 가족의 이야기로 넘어갈 때 영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벨과 세바스찬의 ‘동심’의 세계는 전쟁이라는 현실 앞에서 대책 없는 감동을 주는 대신 위태롭지만 함께 성장하는 안정적인 우회로를 택한다. 물론 영화 찍기 가장 어렵다는 두 가지 조건, ‘아이’와 ‘동물’을 모두 안정적으로 영화에 안착시켰다는 점 역시 주목할만하다. 특히 세바스찬을 연기한 6살 소년 펠릭스 보쉬의 연기는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도 단연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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