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가지지 않은 사람도 바벨탑 이야기는 들어봤을 것이다. 창세기에 의하면 처음엔 모든 사람이 한 언어만 사용했는데 하늘까지 닿는 성전을 짓고자 하는 인간들의 교만을 벌하고자 신께서 이들의 말을 뒤섞어버린 사건이다. 아마도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언어 문제는 자기 나라를 떠나 살건 그렇지 않건 간에 피할 수 없는 장벽일 것이다.
3월12일 프랑스 전국에 개봉한 줄리 베르투첼리 감독의 다큐멘터리 <바벨 수업>은 프랑스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바벨탑의 심판을 극복해야 하는 11~15살 이민자 청소년들의 특별수업을 1년간 꾸준히 담아낸 작품이다. 이들은 각각 세르비아, 브라질, 칠레, 세네갈, 기니, 이집트, 튀니지, 중국, 루마니아, 아일랜드, 영국 등에서 서로 다른 이유로 파리에 도착했고, 1년간 외국인 특별수업을 받은 뒤 큰 문제가 없는 한 프랑스인 중학생들과 같은 수업을 듣게 된다. 이 반을 책임지고 있는 세르보니 선생은 학생들에게 프랑스의 문화와 언어를 가르치지만, 동시에 각각 자신의 문화와 언어를 잊어버리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바벨 수업>은 십여명의 학생들이 각 나라말로 ‘안녕하세요’를 얘기하며 시작하고, 영화의 중반쯤이들은 서투른 프랑스어로 각자의 종교에 대해 토론하고, 곧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헤어진다. 이번 영화에서 베르투첼리 감독은 사춘기 주인공들의 다양한 감정 변화를 최대한 교감하고자 자신이 직접 카메라를 잡았고, 편집 단계에서도 내레이션을 사용하지 않고 인물들의 대화만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소재만 놓고 보자면 사회문제를 다루는 작품으로 분류하기 쉽지만, <바벨 수업>은 단연코 인물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가끔씩 주인공들의 표정 변화를 보여주고자 오락가락하는 포커스나, 이들의 예상치 못한 반응을 놓치지 않으려고 우왕좌왕하는 서투른 카메라 움직임, 교실에 자리한 볼품없는 조명등은 감독의 전작 <더 트리>(2010)에서 보여주었던 수려한 이미지들과 믿을 수 없을 만큼 다르다. 하지만 이런 <바벨 수업>의 거친 연출방식은 영화가 다루고 있는 프랑스 이민정책에 대한 (약간은) 유토피아적인 관점을 관객이 조금 덜 거북하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외국인 학생을 위한 특별반은 프랑스 전국적으로 800여개가 있고, 그중 130개가 파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