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조선시대. 오동골 청춘학당의 못 말리는 문제아 목원(이민호), 류(안용준), 학문(백봉기). 셋 다 과거급제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그래도 저마다 주력 분야는 하나씩 있다. “쌍것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아버지의 훈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목원은 수학 지식 쌓기에 몰두한다. 류는 일본어 공부에 흥미를 붙였고 학문은 야릇한 그림을 그려 학동들에게 파는 재미가 쏠쏠하다. 면학 분위기라고는 당최 찾아볼 수 없는 학당에 여자 학동들까지 들어왔으니 분위기 한번 어수선하고 야릇하다. 여기에다 마을에서는 남자 보쌈 사건이 은밀히 벌어진다. 목원과 류도 당했다. 물레방앗간으로 끌려가 얼굴도 모르는 여자에게 겁간을 당하는 황당한 사건에 휘말린 것이다. 다음날 우물가에서 동학 향아(배슬기)의 도움으로 풀려난 목원과 류는 학문과 함께 향아를 의심하며 범인 색출에 나선다.
<청춘학당: 풍기문란 보쌈야사>는 일단 남자 보쌈이라는 소재로 풍기문란한 분위기는 잡고 시작한다. 하지만 무드 조성을 넘어선 뒤 영화는 황당무계한 상태로 빠진 듯 보인다. 범인을 잡는다는 목적하에 보쌈을 지나치게 가볍게 생각한 데서부터인 것 같다. 3인방 중 자신만 겁간당하지 않았다며 아쉬워 죽겠는 학문과 범인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학문에게 “겁간당하고 싶다 그랬지. 겁간당할 준비해”라고 말하는 목원만 봐도 그렇다. 상식을 지나치게 벗어난 행동들이 억지스러워 보일 뿐 성인물의 에로틱함과는 거리가 있다. 심각한 상황을 전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마치 옆 동네 맞짱뜨러 가는 수준으로 사건을 얕잡아본다는 인상이라 불편하다. 용의자 향아가 알고 보니 착한 모범생이었고 그녀에 대한 목원의 괜한 오해가 둘 사이를 가까워지게 한다는 설정도 전형적이라 애정 관계는 예상 가능하고 촌스럽게 보이기까지 한다. 목원과 류의 수학, 일어 능력이라는 재미난 이야깃거리를 사건 해결에 제대로만 사용했어도 철지난 콩트 같다는 인상이 덜했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