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개와 어린아이의 우정 <초원의 왕 도제>
2014-03-26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어머니를 여읜 톈진은 한번도 본 적 없는 아버지를 찾아 티베트에 온다. 티베트에서 의사로 일하는 아버지 라쿠파는 톈진을 따뜻하게 대해주지 않는다. 톈진에게는 전통의상을 입는 것과 질긴 생고기를 먹는 것, 양치기 노릇을 하는 것까지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다. 그나마 그를 주인으로 따르는 애완견 와라가 있어 덜 외롭다. 그러던 중 무리에서 이탈한 양을 찾던 톈진이 예기치 않게 곰과 맞닥뜨린다. 위기의 순간 사자개 도제가 나타나 톈진을 구한다. 이 사건 이후 톈진과 도제의 인연이 시작된다. 어느 날 마을에서 짐승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의문의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도제가 용의자로 지목된다.

톈진과 도제가 변방에서 온 이들이기에 둘의 우정은 더 각별하다. 톈진은 타지 사람이라는 이유로 마을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어느 날 마을에 나타난 도제 역시 마을의 우두머리 개들의 공격을 받는 것으로 신고식을 치른다. 개와 어린아이의 우정이라는 주요 서사 아래에는 의술을 중심으로 한 전통과 서구의 대립이 자리한다. 라쿠파를 통해 이 둘을 결합하는 것이 영화의 숨은 목표인데, 이를 위해 미개한 전통과 발달된 서구라는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아쉽다. 꿈과 희망을 전하려는 의도가 지나친 때문일까.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동물이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것을 정당화하고 있는 부분은 옥에 티다. 이제는 동물을 인간 중심적인 판타지의 대상으로 이용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어른이 된 톈진의 목소리로 진행되는 내레이션이 지나치게 설명적인 것도 재미를 반감하는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언 킹의 위엄에 뒤지지 않는 늠름함에 귀여움까지 갖춘 도제 캐릭터는 영화의 안팎으로 이 애니메이션을 이끄는 힘이다. 캐릭터 원안은 <20세기 소년>의 만화가 우라사와 나오키의 손을 거처 탄생했다. 애니메이션의 배경으로는 이색적인 티베트의 풍광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공동체 의식이 살아 있는 작은 마을을 통해 여기가 아닌 어딘가를 상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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