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가정을 파괴하는 사람들’ <레커스>
2014-04-02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무엇보다 <BBC> 드라마 <셜록>의 주인공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인공이라는 점부터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요즘 가장 핫한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레커스>에서 일종의 소시오패스라 할 수 있는 데이빗으로 완벽하게 변신한다. 영화의 제목은 ‘가정을 파괴하는 사람들’이라 해석할 수 있다. 1990년대 할리우드는 가정을 위협하는 침입자를 소재로 한 영화들을 다수 제작했다. 이 영화들의 주인공은 파괴적인 잠재력을 지닌 인물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하다 막판에 가까스로 가정을 지킨다. <레커스>는 이런 영화들을 연상시키지만 기존의 서사들을 조금씩 비틀어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이것이 이 영화의 재미있는 지점이다. 기존 할리우드 서사가 견고해 보이는 가정에 내재된 허술한 틈을 파고들었다면, <레커스>는 견디기 어려워 보이는 시련 속에서 위태롭게 가정이 유지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신혼부부인 돈(클레어 포이)과 데이빗은 런던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 마을에 정착한다. 평온해 보이는 영국의 작은 시골 마을은 아름다운 자연과 소박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다. 평소처럼 식료품을 사들고 퇴근하던 돈은 낯선 남자가 자기 집 지붕 위에 서 있는 걸 발견한다. 알고 보니 그는 말로만 들었던 데이빗의 동생 닉(숀 에반스)이다. 예고 없는 방문이었지만, 돈은 닉을 반갑게 맞이하고 정성껏 대접한다. 그런데 웬일인지 데이빗은 닉을 경계하고 마을 사람들도 닉에게 적대적인 것 같아 보인다. 심한 몽유병 증세를 보이는 닉은 어딘지 불안한 모습이다. 돈은 서로 으르렁대면서도 지나치게 가까운 형제의 심리를 종잡을 수가 없다. 그러던 중 닉을 환영하는 동창회가 열리고 충격적인 그의 과거가 폭로되기 시작한다. 아빠의 폭력에 시달리던 형제는 학교에서 문제아로 낙인찍혔고 데이빗은 소년원까지 다녀왔다는 것이다. 형제의 과거뿐 아니라 마을 전체는 돈이 모르는 비밀들로 가득하다. 시골 마을에 도사린 비밀과 폭력의 역사, <레커스>가 보여주는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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