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유괴범과 두 아버지 <보호자>
2014-04-09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보호자>는 유괴범의 지시에 속수무책 끌려다니는 부모의 무기력함, 내 자식을 살리기 위해 남의 자식을 유괴해야 하는 딜레마를 다룬다. 소재로만 보자면 <그놈 목소리> <세븐데이즈> 등 2000년대 후반 한국 스릴러들을 연상시킨다. 긴박하고 곤혹스러운 상황은 유사하지만, <보호자>는 훨씬 생활에 밀착된 느낌을 준다. 남의 아이를 데려와 씻기고 먹이는 모습이 상세히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유괴의 동기는 추상적으로 느껴진다. 유명인사도 아니고 재산이 많지도 않은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왜 유괴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유괴범은 유괴의 이유가 아빠들의 죄 때문이라 하는데 그들은 자신의 죄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처음부터 딜레마를 던지고 인물들을 끝까지 갈등 속으로 밀어넣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추격전의 스릴이나 반전의 묘미는 상대적으로 강하지 않다.

아담한 꽃가게를 운영하는 전모(김수현)는 저녁 무렵 이상한 전화를 받는다. 수화기 너머의 남자는 뜬금없이 “마감하셨어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자는 아들(노강민)을 데리고 있다며 전화를 끊는다. 다행스럽게 아들은 집에 있었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딸 희정(유해정)이 연락두절된 것이다. 소방관으로 근무했던 전력이 있는 전모는 불길에서 아이를 구해 용감한 시민상을 받기도 했다. 딸의 유괴 사실을 알게 된 전모는 의외로 침착하게 돈을 준비하고, 유괴범의 심리를 잘 안다고 아내에게 큰소리까지 친다. 하지만 생각처럼 일이 풀리지 않자 전모는 점점 초조해하고 급기야 분노를 터뜨린다. 영화 중반에야 모습을 드러내는 유괴범 성혁(배성우)은 죽은 아들을 대신한 심판자의 역할을 자처한 인물이다. 전모와 성혁이 아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아버지라면, 아이를 유괴당한 또 다른 아버지 진수(이준혁)는 자신이 왜 이런 일을 당하는지 전혀 모른 채 지시를 따르는 수동적인 아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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